전통 풍물에 연희성을 보태 무대 위로 불러온 결과 1978년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왔고 이는 한국인이 널리 사랑하는 연희가 됐다. 이제 사물놀이에 서사성을 보태 세계인이 널리 사랑하는 장르로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달 27∼31일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공연된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 꽃피우기’는 그런 질문이 낳은 새 얼굴의 답안이었다. 그 답은 일정한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안고 있었다.
홀로그램 기술로 등장시킨 가상현실 무대와 인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피감이나 무대 앞뒤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 3차원(3D)이라기보다 2차원(2D)에 가까웠다. 화면의 해상도에도 한계가 있어 ‘다른 시공간의 현실을 오늘의 무대에 불러낸다’는 실감을 주기에는 미흡했다.
제작진은 무대 위에 불러낸 다른 시공간의 인물이 실제 무대 위 인물의 동작과 리듬에 동시적으로 반응하는 ‘싱크로’ 효과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의 공연자들에게는 이 같은 효과가 몸에 와 닿았겠지만 이를 관객이 실감할 장치는 없었다. 무대에 ‘우연성’의 요소나 관객의 참여를 도입한다면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상호반응성을 실감 있게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는 계절의 순환과 생명의 반복이라는 인류 공통의 주제를 가져왔다. 충분히 공감을 불러올 만한 주제다. 그러나 우리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은 이 같은 스토리라인에 승무, 정가,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연희가 어떤 고리로 결합됐는지 알아내기에는 어려울 듯했다. 사실은 내국인 관객들도 무대가 제공하는 다양한 상징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프로그램 팸플릿의 힘을 빌려야 했다. 최소한 영문 해설을 부가하는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