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평론가 짐 호버먼은 샘 멘데스 감독(45)의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1999년)에 대해 “얼음처럼 차갑다”고 말했다. 멘데스 감독의 다섯 번째 연출작인 ‘어웨이 위 고’(4일 개봉·15세 이상 관람가)는 ‘로드 투 퍼디션’,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에서 줄곧 유지해 오던 ‘차가움’을 살짝 내려놓은 영화다.
한 쌍의 연인. 여자는 임신했지만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출산 뒤 생활을 의지하려 했던 남자의 부모는 청천벽력 유럽 이주를 선언한다. 두 사람은 ‘아기를 위한 이상적 생활환경’을 찾아 미국 구석구석과 캐나다의 지인들 집을 기웃거리는 묘한 투어를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우리는 둘 다 사는 곳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을 가졌다”고 말한다. 전화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어디서 살든 관계없다”는 말은 “어디서 살 지 모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기를 위한 환경을 찾겠다고 한 주인공들이 찾아 헤매는 것은 불안하게 떠도는 자신들을 붙들어줄 터전이다.
전작에서 한결같이 ‘고장 난 가족’들을 무표정하게 부검했던 멘데스 감독은 이 젊은 커플에게 그럭저럭 온기 있는 앉을자리를 마련해준다. 씻김굿을 하듯 아내 케이트 윈즐릿의 하체에 피 칠갑을 하던 ‘레볼루셔너리 로드’ 같은 충격은 이 영화에 없다. 두 연인의 여정 굽이굽이 빈발하는 사고는 치명적이지 않다. 한발 앞서간 커플들의 생활은 유용한 타산지석 견문을 하나씩 얹어준다.
결말은 뜬금없다. 영국 연극계의 스타 연출가였던 멘데스 감독은 할리우드로 이주하며 풍성한 ‘배우 복’을 누렸다. 전작의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급이 떨어지는 주연들. 연기가 나빠 보이지는 않은데 이야기의 울림이 크지 않다. 누구 탓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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