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년 전, 영어사전을 처음으로 만든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이 한 말이다. 영국인은 대체 왜 이렇게 날씨 이야기에 집착할까?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영국인다움’의 법칙을 밝히고 그 근원과 이유를 탐구했다.
저자는 영국인의 날씨 이야기가 일종의 ‘안면 트기 대화’라고 말한다. 단순한 인사를 나눌 때나 어색한 순간에 늘 날씨 이야기를 꺼내고 상대의 맞장구를 유도한다는 것. 영국인 특유의 내성적 성향과 자기억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영국인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유머다. 저자는 영국인의 대화에서 ‘진지하지 않기’ ‘낮추어 말하기’ ‘유머러스한 자기비하’ 등의 규칙을 발견한다. 남극의 추위를 ‘조금 춥다’고 표현하고, 사하라 사막을 ‘내 취향에는 조금 덥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 유머 속에는 냉소주의, 빈정거리는 듯한 초연함, 미사여구에 대한 반감, 거만과 오만에 대한 거부 등 영국인의 특성이 녹아 있다.
언어 속에서도 영국인다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어만으로도 대화하는 이의 계급이 구별된다는 것. 사소한 발음이나 표현 하나가 그 사람이 상류층인지 하류층인지를 결정한다. 저녁식사는 상류계급에게는 ‘디너(dinner)’가 아니라 ‘서퍼(supper)’다. 화장실은 ‘토일릿(toilet)’이 아니라 ‘루(loo)’ 혹은 ‘래버토리(lavatory)’다. 모음을 절반 이상 생략하며 발음한다는 것 역시 중상류층 이상의 특징이다. 저자는 이 속에서 영국이 언어 중심 문화를 가졌으며 능력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점, 그런데도 평등한 사회인 척하는 위선을 지닌 사회라는 점을 읽어낸다.
이 같은 참여관찰을 통해 저자가 도출해낸 영국인다움의 핵심은 바로 ‘사교불편증’. 내성적이면서도 때때로 난동을 피우는 영국인의 모습이 여기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제시한 답이 “누구나 판독하고 적용할 수 있는 영국인다움에 대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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