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도부터 보자. 백 122를 두기 전의 모습이다. 가장 큰 곳은 백 3의 자리. 여기에 가기 전에 백 1로 단수를 치는 교환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백 1이 있으면 하변에 걸친 백의 두터움이 활력을 갖는다.
목진석 9단의 손길은 엉뚱하게도 상변 1선의 곳인 백 122로 향했다. 끝내기로는 물론 크다. 흑이 받아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은 과감히 손을 빼고 흑 123을 뒀다. 참고도 백 1의 곳이다. 여기를 흑이 차지하자 하변 백의 두터움이 빛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곳곳의 백이 엷어졌다.
두어놓고 나면 백 122와 흑 123의 교환은 백이 대손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목 9단도 이 간단한 산수를 놓치고 말았다. 미스터리이다. 목 9단이 부족한 실리를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걸려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참고도처럼 뒀으면 미세한 형세.
흑 123의 후유증은 컸다. 상변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가 위험에 빠졌고 그 여파로 좌상 귀 백 집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이후는 흑의 독무대였다.
이제 4강 대진이 이창호 9단 대 주형욱 5단, 홍기표 4단 대 안형준 2단으로 확정됐다. 내일부턴 잠시 국수전을 쉬고 지난해 말 열렸던 아마국수전 준결승과 결승 대국을 소개한다. 195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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