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내가 제2의 호로비츠? 동의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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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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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피아니스트 볼로도스 27일 첫 내한공연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38·사진)의 연주는 고급 승용차를 연상하게 한다. 힘이 있으면서도 세부까지 잘 튜닝돼 안락함이 느껴진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나친 개성도 없다. 연주회 실황 CD를 듣고 나면 멋진 드라이브를 했을 때처럼 상쾌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세계 음악평단에서 ‘제2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을 얻은 볼로도스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스크랴빈 전주곡 작품 37-1, 작품 11-16, 소나타 7번 ‘하얀 미사’, 슈만 ‘유모레스크’, 몸포우 ‘어린이 정경’, 리스트 ‘단테를 읽고’ 등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27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볼로도스는 피아니스트로서 비교적 늦은 나이인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그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 고등음악원을 거쳤다. 무명이던 23세 때 음반사 소니클래시컬의 직원이 우연히 그의 연주를 듣고 감탄해 데뷔앨범 ‘피아노 편곡집’ 발매에 나섰다. 오늘날 볼로도스는 베를린 필, 뉴욕 필, 런던 필 등과 협연하며 같은 세대 피아니스트 중 정상 가도를 달리고 있다.

9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제2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합창음악 학교 ‘에콜 카펠라 스쿨’에 다니던 15세 때쯤 부친이 소장하고 있던 피아노 음반을 들으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처음으로 불태웠다. “그때 사랑한 피아니스트는 라흐마니노프, 기제킹, 슈나벨, 코르토 등이었고, 그분들의 연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물론 호로비츠의 편곡 작품도 많이 들었지만, 특별히 내 연주의 특징을 호로비츠와 연결하는 데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한국 아티스트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지휘자 정명훈 씨와의 협연을 회상하며 “연주자로서 무척이나 편안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정 씨가 피아니스트여서 그렇겠지만 그는 독주자가 내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낱낱이 꿰뚫어보는 지휘자죠.”

볼로도스의 리사이틀은 보통 특별한 즐거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주가들이 보통 앙코르곡으로 연주하지 않는, 까다롭거나 남다른 효과가 있는 곡을 선사하는 일이 많기 때문. 한국에서는 어떤 앙코르곡을 연주할까. 그는 “지금 얘기하면 재미없으니 콘서트를 기다리시죠”라고 했다. 살짝 윙크하는 그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4만∼15만 원. 031-783-800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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