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한국의 대역전 우승을 일궈낸 박지은 9단의 최근 심경이다.
박 9단은 최근 일주일에 3일은 500문제의 사활 숙제를 풀어야 하고 오전 오후 한 판씩 실전 대국을 갖는다. 이어 목진석 원성진 9단, 윤준상 7단, 김지석 6단 등과 두세 시간에 걸쳐 복기를 한다. 올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대비해 구성한 여성 프로기사 국가대표 상비군의 일정에 따르고 있는 것.
바둑을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엔 남녀 단체전과 페어바둑 등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2월 7일 박 9단을 비롯해 김미리 이슬아 초단 등 10명을 참가시켜 국가대표 상비군을 만들었다.
상비군은 바둑 외에 어떤 일에도 마음 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고된 일정이지만 불만이 없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자청한 고생길이기 때문이다. 상비군 이전과 이후, 한국 여자바둑이 효과를 보고 있다. 박 9단이 정관장배에서 우승한 것도 상비군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도 우리 상비군과 비슷한 훈련을 하고 있다. 구리, 창하오 9단 등 정상급 기사가 중국 여성 기사들을 상대로 실전 대국을 두고 있다. 그만큼 바둑으로 자국의 금메달 전선에 기여하기 위해선 여성 기사들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상비군 코치인 윤성현 9단은 “현재 아시아경기대회 제한시간 규정(1시간과 초읽기 30초 3회)대로 연습하고 있고 7월부터는 중국 룰에 대비해 집중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력이 대등하다면 중국 룰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확보한 집 수만을 따지는 한국 룰과는 달리 중국 룰은 집 수와 반상에 살아있는 돌 수를 더해서 계가한다. 공배도 한 집과 마찬가지여서 공배를 끝까지 메워야 하고 자기 집에 두는 수도 손해가 아니다. 차이가 많이 난 상황이라면 룰의 차이 때문에 승부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반집을 다투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승패가 바뀔 수 있다. 룰에 익숙지 않으면 두 눈 멀쩡히 뜨고 승리를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막판 반패 싸움이나 귀의 사활에 대한 룰의 차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이 주최한 국제대회나 중국리그에서 한국 기사들이 실수한 경험이 적지 않다. 중국 룰 문제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대표적 기사가 바로 박 9단이기도 하다.
바둑은 편파 판정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깨끗한’ 게임이다. 충분한 훈련과 중국 룰 숙지 등 철저히 대비한다면 여성단체전은 물론이고 페어바둑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 분투하는 여성 기사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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