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休&宿/‘설국’ 日아오모리-니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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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스노몬스터’ 雪山… 280cm 적설량… ‘스키어들의 천국’

주효가 숲을 이룬 한겨울의 하코다 산. 로프웨이로 산정에 오른 스키어가 주효 사이로 스키를 타기 위해 숲으로 다가서고 있다.
주효는 도호쿠 지방에서도 아오모리의 하코다 산과 야마가타 현의 자오 산 정상부에서만 형성된다. 사진 제공 가노 세이오, 모리
고로우 씨
주효가 숲을 이룬 한겨울의 하코다 산. 로프웨이로 산정에 오른 스키어가 주효 사이로 스키를 타기 위해 숲으로 다가서고 있다. 주효는 도호쿠 지방에서도 아오모리의 하코다 산과 야마가타 현의 자오 산 정상부에서만 형성된다. 사진 제공 가노 세이오, 모리 고로우 씨
《올 설 연휴는 설 연휴 가운데 최악이다. 사흘 중 이틀(토일)이 공휴일이어서다. 그러면 최고는? 사흘 모두 주중(수∼금)이었던 2008년이다. 토·일요일을 붙여 닷새를 내리닫이로 놀았다. 올처럼 연휴 사흘 중 이틀을 공휴일(토일)에 빼앗긴 최악의 시나리오는 2006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지난해는 좀 나았다. 공휴일이 하루밖에 겹치지 않아 나흘을 쉬었으니. 설 연휴 중 최고의 꽃놀이패는 2008년과 같이 닷새 내리닫이 연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환상적인 황금연휴 시나리오가 있다. 물론 휴가를 연휴에 붙여 연이어 쓸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겠지만. 이런 경우다. 2008년 설날처럼 수목금 주중 사흘이 연휴인 경우 여기에 월화 이틀의 휴가를 추가하는 것인데 놀라지 마시라. 그럴 경우 연휴는 무려 9일로 늘어난다. 그런 시나리오가 그저 꿈만은 아니다. 기대하시라. 내년 설 연휴가 그렇다. 내년 설은 2월 3일 목요일. 따라서 2008년과 똑같이 5일 연휴(수∼일)다. 월화 이틀만 휴가를 내면 9일간의 황금연휴가 된다. 그러니 올 설은 그냥 방콕(방에서 콕)하고 겨울여행은 내년 설 연휴로 미루자.》

일본 혼슈 북방의 도호쿠(東北) 지방. 아오모리 아키타 이와테 야마가타 미야기 후쿠시마 그리고 니가타, 이렇게 7현이 여기 속한다. 이 도호쿠의 지형을 보자. 한반도를 쏙 뺐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북단 아오모리는 삼방이 바다다. 6현도 모두 바다를 낀다. 동편의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는 태평양에, 서편의 아키타 야마가타 니가타는 동해다. 내륙지형도 한반도와 비슷하다. 험준한 산악이 지세를 주름잡는 형국이다.

이곳은 북위 38도 이북. 겨울이면 세상을 뒤덮을 만큼 눈이 많이 내린다. 이 눈은 동해의 수증기, 오호츠크 해의 찬 기운, 시베리아 북서풍, 이 삼박자의 소산. 그래서 눈은 겨울 도호쿠의 상징이다. 이런 북방의 설경풍치를 여기서는 ‘호쿠사이(北彩)’라고 부른다. 아오모리와 니가타, 동해변 두 현은 도호쿠 7현에서도 설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 북방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오모리
일본 열도에서도 오직 도후쿠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겨울풍경이 있다. 주효(樹氷)다. 이것은 눈에 뒤덮여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한 ‘눈 나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괴한지 ‘스노몬스터’(눈 괴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오모리 시내에서 버스로 40분. 겨울 하코다 산은 주효 명소다.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만에 오른 산정 역에서 주효 숲을 만났다. 그 주효를 가까이서 보자면 역에서 빌려주는 긴 장화를 신고 옷 무장도 단단히 해야 한다. 강풍과 눈보라, 혹한 때문이다. 눈 괴물은 역사 바로 앞 숲에 있다. 잿빛 하늘 아래 웅크린 모습이 별명대로 괴물처럼 다가왔다. 어쩌다 날이라도 갠다면 천운을 얻었다 할 것이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주효 숲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우니까.

하코다 산은 올해로 99년을 맞은 일본 스키의 역사가 잉태된 산이다. 1902년의 일이다. 일본 보병연대가 이 산에서 동계훈련 중 눈사태로 몰살될 뻔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당시 알프스에서 유행하던 스키에 관심을 가진 이가 있었다. 니가타 현 다카다(조에쓰 시)에 주둔한 제13사단의 나가오카 가이시 준장이었다. 그는 산악전 장비로 스키를 염두에 두고 마침 일본을 찾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레르히 소령에게 강습을 요청했다. 그게 1911년이다.

지난 4일 현재 하코다 산의 적설량은 280cm. 여기에는 두 개의 스키장이 있다. 하나는 산정역에서 다운힐 하는 두 코스의 중상급자용이고 다른 하나는 산 아래의 소규모 스키장이다. 한국 스키어는 주로 산정 역의 다운힐 코스를 선호한다. 3∼5월은 스키투어(스키장 밖의 설산에서 가이드와 함께 걷거나 다운힐 하며 여행하는 것) 시즌이다. 주변 온천료칸과 호텔에서 접수한다.

하코다 스키장을 이용하려면 모야힐즈 스키장의 호텔 빌라시티모야에 묵는 것도 좋다. 낮에는 하코다 산에서, 밤에는 모야힐즈에서 야간 스키를 즐긴다. 하코다 산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공통 리프트권도 판다. 시내까지 무료셔틀(40분 소요)도 운영한다.

리조트를 선호한다면 나쿠아 시라카미 스키장을 권한다. 아오모리 시내에서 70분 거리로 동해가 조망되는 아지가사와 고원에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시라카미 산지의 이와키 산(1625m) 북사면에 자리 잡았는데 눈에 습기가 적어 파우더스노 스키잉도 즐긴다. 온천과 로텐부로(노천탕)가 있다.

시내 현립미술관도 들러보자. 4층 규모 초대형 전시실에는 샤갈이 그린 발레무대 장막이 있고 ‘아오모리의 개’(사진)라는 대형 설치작품도 있다.

○여행정보

◇항공로=인천 직항로 운항. ▽웹사이트 △하코다 로프웨이: www.hakoda-ropeway.jp △나쿠아 시라카미 호텔&리조트: www.naqua-shirakami.jp △모야힐즈 스키장: www.moyahills.jp △도호쿠 지방 관광정보: www.tohokukanko.jp △아오모리 관광: www.aomori-kanko.or.jp(일본어) www.beautifuljapan.or.kr(한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www.pref.aomori.lg.jp/bunka/kanko/jomonjiyukan_index.html

▼ 코스마다 설질 달라 ‘재미’… 노천탕서 피로 풀어 ▼
‘雪國’의 무대 된 니가타


아오모리 현 조가쿠라 호텔의 멋진 로텐부로. 설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노천 온천욕이야말로 일본 겨울여행의 진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아오모리 현 조가쿠라 호텔의 멋진 로텐부로. 설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노천 온천욕이야말로 일본 겨울여행의 진수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아오모리도 마찬가지지만 겨울 니가타에서 눈은 일상이다. 하염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눈이 한없이 부럽기만 했던 지난달 니가타 여행길. 치워도 치워도 다 치워지지 않는 눈을 원망할 만도 하건만 이곳 사람들은 눈이 오랜 친구인 양 무덤덤하다. 니가타가 일본 술(사케)의 명소가 된 것이 그런 긴 겨울에 눈과 더불어 친구 할 만한 것으로 술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에서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소설 유키구니(雪國)를 쓴 곳은 일본 스키발상지 니가타에서도 스키장 많기로 이름난 유자와 정의 료칸 다카항이다. 다카항 근방에는 크고 작은 스키장이 여럿 있는데 그중 신칸센 역사까지 거느린 갈라유자와를 찾았다. 도쿄를 잇는 니가타신칸센의 종착역인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역사 위층이 스키하우스다. 또 그 문만 열면 스키베이스다. 도쿄지역 스키어라면 맨몸으로 신칸센을 타고와 렌털 장비로 스키와 보드를 즐기도록 설계했다.

거기서 ‘미스터 레르히’라는 캐릭터를 만났다. 레르히는 1911년에 니가타 현 다카다의 육군연병장에서 최초로 일본 장교에게 스키를 가르친 오스트리아 제국의 육군 소령이다. 이 캐릭터는 내년 일본 스키 발상 100주년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만든 것이다.

유자와 정을 대표하는 스키장은 Mt.나에바(마운트 나에바로 읽음)다. 몇 년 전 다시로 가그라 미쓰마타 등 계곡 건너 세 스키장을 ‘드래곤돌라’(5.5km)로 연결시키며 일본 최대 스키장으로 올라선 곳이다. 미쓰마타에서 나에바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데 한 시간 반 이상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런데 실제로 네 스키장을 섭렵해보니 아주 특별한 점이 발견됐다. 네 곳의 풍경과 코스는 물론 설질까지도 다르다는 점이다. 설질은 파우더스노처럼 건설(乾雪)인 가그라가 최고였고 다운힐의 짜릿함은 가파른 슬로프가 일정한 경사로 길게 이어진 나에바가 최고였다.

하지만 딥스노 스키잉을 즐기고 싶다면 묘코고원으로 가야 한다. 유자와 정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해발 500m 고원인데 최근 한국의 스키어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동해변 도야마 현 공항에서 전세버스(패키지상품 여행객만 이용)로 2시간 만에 간다. 올해도 나는 여기서 딥스노 스키잉을 즐겼다. 파우더스노 스키잉은 묘코의 여러 스키장 중에서도 스기노하라가 최고다. 300개가 넘는 일본 전국의 스키장 중에 가장 긴 트레일(8.5km)이 여기 있다.

스기노하라 인근 아카칸 스키장의 산기슭(해발 900m)에 있는 아카쿠라관광 호텔도 묘코고원의 명물이니 꼭 들러보자. 1937년 일본 최초로 외국인 휴양객을 겨냥해 지은 알프스 산장풍의 유럽식 호텔인데 지난해엔 개·보수를 마치더니 올해엔 신관까지 완공해 더욱 멋진 모습으로 변했다. 특히 최근 개관한 신관의 객실에는 발코니에 로텐부로를 두어 노천탕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험준한 니가타산악연봉의 장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스기노하라 스키장에선 톰 랭트리라는 젊은 호주 스키어를 만났다. 올 시즌 묘코시에 연 스키&스노보드학교(묘코스노스포츠) 대표다. 지난 7, 8년간 홋카이도 스키마을이 호주 휴양객의 여름 휴가지(호주는 지금 여름)로 각광받으며 이곳 묘코에도 그 바람이 분 듯했다. 영어강습 스키학교는 어린이들 영어숙달에도 도움이 되니 스키휴가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여행길에 찾은 온천마을은 일본 최초로 유키마쓰리(눈축제)를 열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도카 정의 마쓰노야마. 효고 현의 아리마 온천, 군마 현의 구사쓰 온천과 함께 ‘일본 3대 약탕’으로 꼽히는 염천인데 물에서 짠맛이 날 정도로 염도가 강하다. 오랜 세월 지하에 스며든 바닷물이 지열로 데워져 용출되는 간헐천. 해발 350m의 깊은 산속, 그것도 바다에서 40km나 떨어진 이곳에서 바닷물 온천이 난다는 게 희한하기만 했다. 좁은 온천골목에는 여러 온천료칸이 있는데 내가 묵은 곳은 1896년 개업해 4대째 운영 중인 히나노야도 지토세. 온통 눈 속에 파묻힌 채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로텐부로(노천탕)가 이 료칸의 얼굴이다.

○여행정보
◇교통편 ▽항공로=인천∼니가타 직항편 매일 운항. ▽신칸센=도쿄 역에서 수시로 출발, 유자와 정까지 78분 소요. ▽웹 정보 △니가타 관광: www.enjoyniigata.com(영어) △유자와마치: http://e-yuzawa.gr.jp △갈라유자와: www.galaresort.jp △나에바: www.princehotels.co.jp/ski/naeba △도카 정: www.city.tokamachi.niigata.jp △히나노야도 지토세: www.chitose.tv △묘코고원 관광: www.myoko.tv △아카쿠라관광호텔: www.akhjapan.com △스기노하라 스키장: www.princehotels.co.jp △묘코스노스포츠: www.myokosnowsports.com
◇여행상품 ▽투어앤스키=www.tournski.com 02-319-8840

아오모리·니가타 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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