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두 성공을 꿈꿔요. 적어도 남보다 뒤처지는 건 싫어해요. 입사 동기가 먼저 승진하면 겉으로는 웃으며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려요. 그래서 남자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방법을 다룬 책을 많이 보는가 봐요.'
'여자의 눈에는 그런 남자들의 모습이 속물처럼 보일지 몰라요. 지하철에서 딱딱한 경제경영서를 읽는 내 모습을 누가 본다면…. 허걱, 감정이 메마른 여자로 비치진 않을까 겁나요. 여자에겐 역시 소설이나 에세이가 제격이에요.'
케이블채널 tvN의 '남녀탐구생활' 버전으로 남녀의 독서 유형 차이를 비교하면 이런 내레이션이 가능할 것 같다. 남자는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여자는 소설과 에세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콘텐츠개발팀이 지난해 교보문고의 도서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많이 구입한 상위 10종 가운데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가 6종을 차지했다. '넛지' '일본전산 이야기'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이다. 반면 여성의 상위 10권은 '4개의 통장' 한 권을 빼고 모두 소설과 에세이였다. '엄마를 부탁해' '1Q84' 등 남녀 모두 많이 사본 책을 제외하면 분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전체 분야로 확대하면 아동, 예술, 소설, 에세이, 여행, 취미 등은 여성의 구입 비율이 높았고 자기계발서, 과학, 정치·사회, 역사·문화, 경제경영 등은 남성독자가 많이 구입했다.
전체 도서 판매량에서 남녀의 구입 비율은 40% 대 60% 가량이다. 그 중에서 문학도서만 놓고 보면 남녀 비중은 30% 대 70%로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작가의 순서도 다르다. 남성 독자들은 김훈,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진명, 고도원, 법정 등의 순으로 책을 많이 구입했다. 여자는 에쿠니 가오리, 스테프니 메이어, 노희경, 할레드 호세이니, 박광수, 공지영, 기욤 뮈소 순이었다.
컨텐츠개발팀의 조정미 파트장은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분야에서 남녀 구입 비율은 56% 대 44%이지만 5살 단위로 연령대를 세분화해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25~29세 여성이 12%로 가장 많이 구입한 것이다. 그 뒤로 남자 35~39세(11%), 남자 40~44세(10%), 남자 30~34세(10%), 여자 30~34세(9%) 순이었다.
경제경영서 중 여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통장 관리 기술을 정리한 '4개의 통장'이었다. 반면 남자들은 부드럽게 타인의 행동을 유도해내는 방식을 풀어 쓴 '넛지'를 가장 많이 구입했다. 남녀관계나 남녀심리를 다룬 책에선 성별로 선호하는 책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성별 판매 순위를 보면 남자 쪽은 '연애의 정석', '완벽한 유혹자' '연애 교과서' '유혹의 기술' '매혹의 기술' 등이 상위에 올랐고, 여자 쪽에선 '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남자의 사랑은 섹스다'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1위는 남녀 모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조 파트장은 "여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 남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매력적인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서 이런 심리책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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