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유리문을 덧댄 건물, 안방과 사랑방이 한 건물 안에 대청으로 연결된 가정집, 2층짜리 한옥 상가…. 모두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양식, 일본식 주거 형태가 유입되면서 나타난 변형된 주택 양식들이다.
박용환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가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한국 근대 주거 형태의 변천사를 각종 사진과 도면, 현장조사를 통해 집약한 ‘한국근대주거론’(기문당)을 출간했다. 19세기 말 부산 인천 등 개항장과 조계지(租界地·개항장 내의 외국인 치외법권 지역)의 건축부터 1960년대 공영주택까지 각 주거 형태가 사회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통사적으로 정리했다.
개항장과 조계지는 한국에서 서양식 주거 형태가 처음 등장한 곳이었다. 개항기의 가장 큰 변화는 2층 한옥 상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목조 골격에 벽돌로 벽을 쌓고 한식 기와를 얹었다. 일본식 주택의 경우 서양식 주택이 한국 기후에 더 적합하다고 인식해 평면구성과 외관에서 서양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주택은 응접실 또는 서재만을 서양식으로 꾸미는 등 제한적인 변화만 나타났다.
1920년대부터는 위생과 생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통가옥 개량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당시엔 △안채와 사랑채가 다른 건물로 나뉘어 있는 구조를 한 건물 안으로 집약 △화장실과 부엌의 효율적이고 청결한 활용 △온돌식 난방의 단점 개선 등이 목표였다. 1937년 4월에 실시된 조선풍 주택설계도안 현상모집에서 1등을 수상한 오영섭의 도면은 안방과 건넌방이 마주 보는 전통 구조를 지키되 안방과 사랑방, 현관 등을 복도로 연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책 서문에서 “통사적 맥락에서 본 주거 연구는 매우 빈약했고 무엇보다도 근대 주거사 부분은 마치 사라진 역사처럼 취급되어 왔다”며 “우리들의 주거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는 것은 그 모습을 이해하는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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