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찍은 아프리카 아무렴, 아침은 밝아올거야 《절로 웃음이 나오는 풍경이자 가슴 찡한 장관이었을 게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난민지역에 사는 개구쟁이 2000명이 일회용 카메라를 손에 들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 엄마도, 어린 동생도, 동네 어르신도 사진 찍어준다고 법석을 떠는 장난꾸러기 등쌀에 한동안 시달렸을 터다. 그렇게 아이들 시선으로 잡아낸 풍경이 우리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들고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향기가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잠비아 난민촌에 카메라 나눠주고 아이들 1700명이 촬영한 사진 모아
검은 대륙의 희망찬 내일 보여주듯 어려운 현실에서도 햇살같은 웃음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프리카 사진과 다르다. 밝고 힘차다. 차풍 신부(35·천주교 의정부교구 화정동 성당)와 사진가 김영중 씨 등 8명이 참여한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통해 수확한 결실이다. 어렵사리 모은 후원금으로 27컷용 카메라 2000대를 구입해 7개 학교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이 찍은 사진을 인화해 되돌려주는 프로젝트다.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빵’만이 아니라 새로운 체험과 추억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10월 말 2주간 현지에 다녀온 이들은 1700대의 카메라를 회수했다. 4만여 컷 사진에 대한 마무리 작업과 함께 사진전, 책 발간 등을 준비 중이다. 카메라를 처음 접한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전하고 지속적 나눔의 의미를 새기고자 하는 구상이다. 18일∼4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화이트홀갤러리(02-535-7119)에서 열리는 ‘꿈꾸는 카메라’전은 평화화랑 등으로 이어진다. 사진가들이 포착하지 못한 아프리카의 삶과 사람을 접할 기회다. ○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다
서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게 분명하다. 사진에 찍힌 두 아이도 한참 ‘촬영’에 열중한 모습이다. 동생들에게 으스대던 오빠나 언니가 찍었나보다. 하늘하늘한 원피스, 핑크 노랑 빨강 옷에 머리를 한껏 단장한 소녀들. 신나게 자전거 타는 아이의 사진에는 바퀴 그림자까지 근사하게 잡혔다. 물장구치는 아이들도, 큼직한 물통을 머리에 인 아이들도, 허리 굽힌 채 일하는 어머니도 있다. 아이들이 무얼 사랑하고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를 보여주는 사진들.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가족앨범을 보는 것 같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차 신부는 신학대에 다닐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다. 평생 가족사진 한 장 없이 사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카메라를 떠올렸다. 잠비아 솔웨지에서 선교 중인 동료 김형근 양현우 신부와 연락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수대로 카메라를 준비했다.
강대국이 탐낼 만한 천연자원이 없어 상대적으로 조용한 나라. 잠비아에는 유엔이 콩고 르완다 짐바브웨 등에서 온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조성한 난민시설이 있다. 전기 도로 상하수도 시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해 보였다. 바깥 세상의 값싼 동정심이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 꿈은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주변의 삶을 정직하게 채집한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궁핍한 현실과 긍정의 시선이 나란히 자리한다. ‘희망의 증언’ 같은 사진을 보며 종이, 연필, 교과서도 부족한 상태에서 자라는 아이의 꿈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아이들은 카메라로 외부를 찍었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찍은 거다. 내 안에 있으니까 찍을 수 있는 거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을 찍을 수 없고, 내 시선이 비뚤어지면 있는 그대로 찍을 수 없다.”
차 신부는 아이들의 긍정적 태도에서 우리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지를 돌아보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남루한 흙집에 걸어놓을 기념사진을 보내는 것, 그 너머를 바라본다. “우리들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했다.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이 가진 꿈도 곧 현실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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