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인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문학창작촌. 잔설이 드문드문 보이는 창작촌 산책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솔잎소리가 청량했다. 국내 최초의 도심 속 문학창작촌인 이곳에는 20여 명의 문인이 입주해 있다. 대부분의 작가와 직원이 자리를 비워 한적했지만 연휴를 잊은 채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중견작가 은희경 씨는 온라인 연재 중인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와 함께 연휴를 보냈다. 때마침 서효인 시인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작업실을 나서던 그는 “그새 날씨가 많이 풀린 것 같다. 작품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니 시간은 쫓겨도 활기는 넘친다”고 말했다. 은 씨는 밤새워 작품을 쓰고 오전에 퇴고한다. 그는 “독자들에게는 마냥 즐겁게 작업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 설날에도 일했다고 하지 말라”고 농담하며 웃었다.
덥수룩이 수염을 기른 극작가 최창근 씨는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산책 중이었다. 희곡 ‘13월의 길목’ ‘엄마 여행갈래요’ 등을 발표했던 최 씨는 이번 연휴를 맞아 시나리오 ‘이인(異人)들의 여름’ 초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연휴 내내 창작촌에만 있었으니 떡국 한 그릇 챙겨먹지 못한 건 당연한 일. 고향이 강원 삼척인 그는 “부모님이 많이 섭섭해 하셨지만 시나리오 완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영화 제작 시기가 달라지니 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연휴 속의 작업이지만 스트레스보다는 오히려 즐거움처럼 보였다. 새로운 서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이강 시인은 첫 시집 준비를 위해 이번 연휴 창작촌을 택했다. 그는 “평소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잊고 온전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연휴야말로 문학을 위해 공짜로 생긴 시간 같다”며 “이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창작촌에서 보낸 이들의 한 해 소망은 소박했다.
“창작자들이 최선을 다해 작업한 만큼 그 결과가 독자나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최창근 씨)
“작품이야 늘 써야 하는 것이니 사실 설이라고 특별할 것이 있겠습니까. 올해는 곳곳에서 장편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그만큼 문학계도 더 많은 활기가 생겼으면 합니다.”(은희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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