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광화문점 휴점에 출판계 ‘얼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인문-사회분야 매출 타격 클듯”
일부 업체 출간시기 조정 검토


“광화문 교보에 가서 책 보고 음반 구경하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어디 가나” “수업 끝나고 환승하러 광화문 와서 서점 한 번 둘러보는 게 습관이 됐는데….”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이 새 단장을 위해 4∼8월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아쉬움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출판계도 광화문점 휴점을 겨울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올해 출판계 3대 악재로 꼽는다.

출판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교보 의존율이 높은 소형 출판사들은 예년보다 최대 20%가량 매출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경영서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박모 대표는 “15% 정도의 매출 감소를 각오하고 있다”며 “다른 서점이 광화문점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인들이 광화문점 휴점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상징성 때문이다. 광화문점은 열혈 독자가 많이 찾는 곳으로 판매는 물론이고 홍보 효과도 크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독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광화문점에 오고, 방학 때는 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러 오는 이도 많은데 올해는 그런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위주가 아니라 분야별로 책을 고르게 진열하는 것도 광화문점의 장점으로 꼽힌다. 영업력이 약한 소형 출판사들은 광화문점에 우선 진열돼 좋은 반응을 얻은 뒤 판매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데 이제 그 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분야별로는 인문, 사회과학, 예술 서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의 독자들은 온라인서점에서 간단한 정보만으로 책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서로 비교해본 뒤 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출판사는 신간서적 출간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기중 더숲 대표는 “여름까지는 경제경영서 위주로 하고, 인문 분야 책은 가을에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영업망을 갖추고 유통을 다변화한 대형 출판사들은 광화문점 휴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점이 당분간 문화공간의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미영 민음사 편집부장은 “저자 사인회나 강연회 장소로 광화문점을 선호하는 작가가 많아 애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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