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풀밭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쥐인 멧밭쥐를 만날 수도 있다. 몸길이 5∼6cm에 몸무게는 500원짜리 동전 한 개쯤인 7∼8g. 배는 하얗고 등은 잿빛을 띤 밤빛이며 허리는 노란빛에 가까운 주황빛이다.
멧밭쥐는 억새밭을 좋아한다. 억새 줄기를 타고 쪼르르 올라가고, 꼬리를 또르르 말고 억새 잎에 올라탈 수도 있다. 이 녀석은 새처럼 잎을 엮어 바구니 같은 집 틀을 만들다. 이파리를 잘게 찢어 바구니 사이사이를 메우고 띠(볏과의 여러해살이 풀) 이삭으로 폭신폭신 따뜻한 이불을 만든다. 멧밭쥐는 집 짓는 솜씨가 뛰어나 풀목수로 불린다.
멧밭쥐는 낮에는 집에 꽁꽁 숨어 있다. 황조롱이가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이다. 밤에 살금살금 먹이를 찾으러 나오지만 이번에는 부엉이를 조심해야 한다. 멧밭쥐는 덩치는 작아도 많이 먹는다. 씨앗이나 부드러운 풀, 사마귀나 여치 같은 벌레도 좋아한다.
멧밭쥐 마을에 경사가 났다. 귀여운 새끼 여섯 마리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새끼는 사람 새끼손톱만큼 작다. 새끼가 태어나고 엿새가 지났을 때 족제비가 둥지에 찾아왔다. 새끼들이 위험했다. 구렁이도 이들을 노린다.
어느 날 멧밭쥐 엄마와 새끼들이 사라졌다. 벌써 잡아먹혔나 했더니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이사를 했다. 그런데 막내가 안 보인다. 어미는 황급히 막내를 입에 물고 달린다. 달려라 멧밭쥐 엄마!
이 책은 멧밭쥐의 생활과 엄마의 분주한 이사 이야기를 담았다. 책 뒤쪽에는 멧밭쥐의 생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멧밭쥐가 최근 사라지고 있다. 억새밭을 마구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01년 이 녀석들을 살리기 위해 테니스공으로 집을 만들어 주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작은 동물이 사라지면 큰 동물도 사라지고, 마침내 모든 생명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책에 담긴 수채화풍의 삽화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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