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2시간이었다. 어느덧 멤버의 절반이 60대가 되었지만 8명의 ‘아저씨’들은 노장의 여유로움으로 무대를 이끌어갔다.
2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팝 밴드 시카고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2003년 이후 두 번째 내한공연.
청바지와 반팔 셔츠 등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한 시카고는 1969년 발표한 데뷔 싱글 ‘퀘스천스 67 앤드 68’을 오프닝 곡으로 불렀다. 이어 전성기를 누렸던 1970, 80년대 히트곡을 중심으로 20여 곡을 3000여 명의 관객 앞에 선보였다. 말을 아끼는 대신 팀 결성 이래 43년간 농익은 연주와 보컬을 쏟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 호프집에서 한잔하던 동네 아저씨들이 즉흥적으로 뭉친 듯 공연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관객도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였다.
드럼 기타 베이스뿐 아니라 색소폰 트롬본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를 구사하는 밴드인 만큼 다채로운 악기 연주는 이날 공연의 묘미였다. 무대에 오른 악기만 30여 종에 달했다. 기본 멤버 외에 타악기를 연주하는 세션 한 명이 추가로 무대에 올랐고, 멤버들은 카우벨, 우드블록 등 낯선 악기까지 들고 나와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멤버 가운데 누구 하나 ‘묻히는’ 사람이 없이 두루 연주 실력을 펼쳤다.
한국에서도 히트한 ‘하드 투 세이 아이 앰 소리’, ‘이프 유 리브 미 나우’ 등은 옅은 음색과 중후한 음색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제이슨 셰프(48)의 보컬로 더욱 빛났다. 그는 1985년 시카고에 합류했다. ‘콜 온 미’를 선보일 땐 트럼펫과 트롬본, 색소폰 연주자 셋이 무대 한가운데에 모여 화려한 음색을 뿜었다.
민소매 셔츠 차림에 근육질 팔뚝을 드러낸 트롬본 연주자 제임스 팽코(63)의 열정도 인상적이었다. 상당한 폐활량이 필요한 트롬본을 2시간 동안 쉼 없이 연주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던 그는 흥에 겨워 춤까지 추며 트롬본을 ‘갖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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