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41>且爾言이 過矣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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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지난 호에 이어진다. 노나라 대부 季氏가 전臾(전유)를 정벌하려고 하자 계씨의 가신인 염有(염유)와 季路가 공자에게 알렸다. 공자는 계씨가 노나라의 社稷之臣(사직지신)인 전유를 정벌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일을 저지하지 못한 염유를 꾸짖었다. 염유는 자기의 뜻이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공자는 옛 史官인 周任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 직무에서 전력을 쏟을 수 없으면 직책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서 위와 같이 덧붙였다.

합은 우리 檻(함)이다. 龜는 거북 등껍질인데 龜卜(구복)에 사용했다. 정약용은 虎시가 季氏의 暴虐(포학)함을 비유하고 龜玉이 季氏의 尊貴를 비유한다고 했으나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공자는 호랑이와 들소가 우리에서 뛰쳐나오고 거북 등껍질과 옥이 궤 속에서 훼손되었다면 그것들을 맡아 지키는 자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하여, 염유와 계로가 가신의 지위에 있다면 季氏의 惡行을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고려 신종 3년인 1200년에 李奎報(이규보)가 完山을 다스릴 때 남원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그곳 관리들이 廉察使(염찰사)로 있던 尹威(윤위)에게 보고하자 윤위는 單騎(단기)로 남원으로 향하여 도적을 설득해 투항하게 만들었다. 윤위는 두 셋의 괴수만 참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놓아주었다. 이규보는 축송의 시에서 “공은 말했지, 너희는 왜 진작 방비하지 않았더냐. 거북과 옥이 궤에서 손상되면, 이는 누구의 수치인가(公曰爾曹 何不早備 龜玉毁독 是誰之恥)”라고 했다. ‘논어’를 典故(전고)로 쓴 것이다. 정부나 단체의 인사들은 늘 ‘이것이 누구의 잘못이냐’는 질책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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