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휠체어를 탄 공부왕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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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태진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쌍둥이 아빠의 병실을 찾아 쌍둥이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이날 태진이는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도 씻어냈다. 그림 제공 파랑새
태진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쌍둥이 아빠의 병실을 찾아 쌍둥이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이날 태진이는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도 씻어냈다. 그림 제공 파랑새
◇ 독서왕 수학왕/고정욱 글·정연 그림/112쪽·9500원·파랑새

하루가 넘는 난산 끝에 엄마 배 속에서 7개월 만에 나온 환석이와 우석이.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숨을 제대로 못 쉬어 산소 부족으로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매사에 긍정적인 엄마는 두 아이를 씩씩하게 키우고 싶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휠체어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쌍둥이를 위해 엄마는 매일 휠체어 두 대를 밀며 등하교시켰다.

걱정과 달리 환석이와 우석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다. 쌍둥이는 학교 축제 때 반 별로 펼치는 ‘독서왕’과 ‘수학왕’ 대회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다. 쌍둥이가 어떤 분야에 재능을 보이면 어떤 엄마들보다도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엄마 덕분이었다.

반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데도 독서왕 수학왕을 차지한 쌍둥이에게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단지 한 명의 친구만 빼고….

장애를 가진 쌍둥이가 이유 없이 미웠던 태진이는 자신을 제치고 그들이 독서왕과 수학왕을 차지하자 단단히 화가 났다. 담임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장애인 같은 거 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고는 교실을 뛰쳐나갔다.

잠시 후 학교에는 불이 났다. 쌍둥이와 반 아이들은 무사히 탈출했지만 태진이가 옥상에 있었다. 소방관인 쌍둥이의 아빠가 목숨을 걸고 태진이를 구출했다. 쌍둥이 아빠는 화단 위로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을 찾아온 태진이는 “환석아 우석아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라며 화해를 청했다. 환석이와 우석이도 멈칫하며 태진이의 손을 잡았다. 쌍둥이와 태진이는 그날부터 친구가 됐다.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은 1급 지체장애인이다. 대학입시에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의대에 낙방한 그는 국문과에 진학해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가 누구보다도 장애인의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150여 권의 책을 낸 작가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글쓰기와 어린이들의 e메일에 꼭 답장을 해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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