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람 수에 맞게 음식을 주문하면 양이 넘친다. 두 사람이 함께 먹어도 넉넉한 양을 1인분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향연에 굴복해 디저트까지 말끔히 해치운 뒤 과식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편을 택한다. “이제는 그만 먹어야겠어”라며 테이블 한쪽으로 과감히 밀어둔 음식을 몇 분이 흐른 뒤 다시 끌어당겨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다.
이렇게 음식 앞에서 통제력을 잃고 식탐을 과시하는 이들이 모두 과체중인 것은 아니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을 가진 이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을 먹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에 필요 이상 관심과 몰입을 보인다. 치료가 필요한 섭식장애는 아니지만, 일단 먹으면 멈출 수 없고 포만감을 느낀 뒤에도 계속 먹으며 언제나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 갈릭 스테이크 피자나 칠리 치즈 프렌치프라이, 오렌지 벨벳 컵케이크에 대해. 문제는 많은 현대인이 이런 증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직 미국식품의약국(FDA) 국장이었던 저자는 현대인들이 만성적으로 겪는 탐욕스러운 식탐 문제를 파헤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다양한 취재와 자료를 활용해 과식을 둘러싼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이를 이용하는 식품업계의 전략을 분석했다.
저자가 지목하는 과식의 주범은 설탕 지방 소금이다. 이 세 가지가 적절한 비율로 섞였을 때 음식은 자극적이 된다. 설탕 지방 소금의 조합은 더 많은 설탕과 지방과 소금을 부른다. 이유는 뉴런의 화학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먹으면 이들이 내는 ‘감칠맛’이 뇌의 기본 세포인 뉴런을 자극한다. 뉴런은 보상을 주는 음식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뉴런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렇게 감칠맛에 ‘인코딩(부호화)’되는 과정을 겪고 나면 이후 이 맛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식품업체들이 이런 중요한 발견을 놓칠 리 없다. 이를 활용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소비자들은 그 음식이 이런 성분들의 집적으로 구성된 것인 줄 알지 못한 채 식품업계와 외식업계가 주입한 만족감과 쾌락을 누리게 된다. 그것은 영양의 섭취나 포만감과는 큰 상관이 없다.
과잉 섭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평소에 먹던 식사량의 절반만 먹어보자. 십중팔구는 그 양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이상은 포만감이 아니라 보상을 위해 먹는 것이다. 앞에 놓인 음식만으로 포만감을 느끼는 데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저자는 “과식을 조장하는 마케팅과 광고,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많은 양의 음식,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고염분, 고지방, 고당분 음식들에 분노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도처에 음식이 있고, 1인분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업계의 마케팅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식의 위험에 빠지고 있다. 욕망의 주입은 외부에서 이뤄지지만 선택은 결국 개인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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