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인에게 죽음이란… 새로운 삶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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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 한국의 상례/양승이 지음/420쪽·3만 원·한길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끝이 좋아야 한다. 잘 익은 열매가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우듯이, 행복하게 산 사람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평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상례(喪禮)에 주목한 이유다. 선조들의 상례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이고 다양한 인식이 반영됐다. 삶과 분리되지 않은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 봄으로써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했다.

고대인들은 영혼이 불멸하며 저승에서도 이승의 삶이 이어진다고 여겼다. 이 같은 계세사상(繼世思想)은 상례에서 산 사람을 무덤에 함께 묻는 순장으로 나타났다. 부여인들은 100여 명을 한 번에 순장하기도 했다. 삼국시대에는 동굴장 수장 화장 등 장례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숭불숭유 정책을 펼친 까닭에 장례도 유교식 매장과 불교식 다비 방식이 함께 사용됐다. 100일 동안 상복을 입었던 고려 때와 달리 성리학의 조선에서는 3년상이 본격화됐다. 경국대전에 들어 있던 상례제도는 조선 중기에 이르러 민간의 풍속으로 자리를 잡아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한말 선교사 헐버트 박사의 분석을 빌려 저자는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축적돼 한국인의 사상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불교와 도교의 정신세계에서는 영혼이 윤회한다. 이 때문에 죽음의 순간이 중요하다. 오늘날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좋았던 일,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라’고 권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에 마음속에 기리는 것이 죽은 자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종교관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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