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한 뒤 한국의 대표작가로 우뚝 선 소설가 박완서 씨. 6·25전쟁 때 가족을 잃은 아픔이 글을 써야겠다는 동기로 이어진 뒤 당시의 전쟁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과 한국사회의 세태와 일상을 담은 풍속소설들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런데 작가생활도 결혼생활처럼 풍파 없이 순탄한 길을 걷던 1988년, 그는 남편과 막내아들을 석 달 간격으로 잃는 크나큰 아픔을 겪었다. 박 씨는 자전소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에서 이처럼 작가의 생애를 휘감고 간 여러 사건들을 유년기부터 최근까지 담담하게 되짚었다.
박완서 윤후명 양귀자 등 우리 시대 대표 작가 아홉 명의 자전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들을 문학의 문턱으로 들인 사건과 한 작가의 세계관 배후에 어린 개인사를 접하면서 문학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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