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사실적인 동작을 위해 실제 태권도 겨루기를 찍은 화면 위에 투명한 셀룰로이드지를 대고 하나하나 모습을 따라 그렸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션캡쳐 기술이 없던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2006년엔 한국 로봇산업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로봇등록증(사진)을 산업자원부로부터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로봇’ 태권브이를 만든 주역들을 살펴봤다.
○김청기 김감독은 1970년대 초 아톰과 마징가 Z가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폭력이 난무하는 일본 만화에 아이들 정서가 흐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됐다. 태권브이 캐릭터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모티브가 됐다.
○김영옥 ‘태권브이’를 조종하는 주인공 훈이는 태권브이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사도로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훈이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견 배우 김영옥(사진)이다. CBS 성우 출신인 김영옥은 낭랑하고 힘찬 목소리로 지구를 용감하게 지키던 훈이의 목소리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최호섭 태권브이의 인기는 주제가도 큰 몫을 차지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따라 부르며 ‘국민가요’ 수준의 사랑을 받았다. 최호섭은 ‘로보트 태권브이’ 주제곡을 낭랑하게 부른 주인공.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최호섭은 주제가를 작사, 작곡한 아버지 최창권의 ‘후원’으로 주제가를 불렀다. 최호섭은 훗날 성인이 된 뒤 가수로 데뷔해 ‘세월이 가면’으로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