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품들은 아름답고, 표현력이 우수하며 참신하다. 최근에 다녀본 전시 중 가장 인상 깊다.”(제이미 엘린 포브스 ‘파인아트’ 발행인)
“아모리쇼를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가 코리안 아트쇼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한국 작품을 좋아해 현재 2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우환을 좋아한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멋지다.”(탠 서 레이 컬렉터)
“아이디어 기법 재료가 모두 특이하고 신선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한국의 영혼, 아름다운 정신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파비오 피주토 사업가)
세계 미술의 중심인 미국 뉴욕에서 한국 미술을 알리기 위한 ‘코리안 아트쇼’의 프리뷰에 참여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주요 화랑들이 밀집한 첼시의 ‘라브뉘(la venue)’ 전시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 김경은 총영사, 송수근 뉴욕문화원장, 하용화 한인회장을 비롯해 교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는 아트 페어 형식으로 3∼7일 열리며 한국 작가 100여 명의 작품 200여 점을 소개한다.
한국 화랑협회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주최한 이 행사의 취지는 한국 미술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KIAF에 해외 화랑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 이 때문에 아모리쇼(4∼7일)와 스코프, 펄스, 볼타 등 다채로운 아트페어가 열리는 시즌에 맞춰 개막했다. 굵직한 컬렉터와 아트딜러, 평론가와 큐레이터 등이 모이는 시기인 만큼 이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행사에는 갤러리 현대, 예, 선, 가나아트, 표, 아트사이드, 시몬, 세줄, 청작, 조현 등 25개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참여 갤러리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특별전도 마련됐다.
25개 화랑 참여 200여점 소개 작가 홍보 겸한 아트페어
○ 작가 소개를 겨냥한 아트페어
이번 아트쇼에선 이우환 김창열 전광영 서용선 이상현 노상균 강애란 공성훈 씨 등 원로 및 중견 작가부터 홍경택 도병규 최소영 왕지원 씨를 비롯한 신진의 작품까지 망라됐다. 더컬럼스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재미작가 변종곤 씨는 “이 정도 규모로 한국 미술을 알리는 행사가 뉴욕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세줄의 참여작가 김정향 씨는 “미국은 작품이 우수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수용하는 만큼 역량 있는 한국 작가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인지도가 낮으므로 이런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 한국 작품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화랑도 세계 경제의 불황기를 맞아 당장 판매를 기대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작가 홍보를 겨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화익 갤러리의 이화익 대표는 “한국 미술을 알리는 차원에서 작품을 선정했고 한국 교민을 생각해 김덕용 씨 등 향수를 일깨우는 작품도 골랐다”고 말했다. 사진가 민병헌 씨의 작품으로 부스를 구성한 카이스 갤러리의 김승권 실장은 “갤러리스트(큐레이터와 업무가 비슷하나 상업적인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사람)와 연계해 새 전시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독창적… 한국의 혼 느껴져” 현지 평론가 -컬렉터 격찬
○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프리뷰를 마감하는 오후 10시가 가까워도 많은 사람이 전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전광영 씨의 한지 작업을 둘러보던 한 관객은 “찬찬히 전시를 다시 보기 위해 기다렸다”며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한국 미술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처음 알았다고 감탄하는 관객들을 만나며 힘을 얻었다”며 “이제 뉴욕을 세계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운 셈이나 최종 목표는 ‘KIAF 인 뉴욕’ ‘KIAF 인 베니스’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첼시에는 가나아트, 아라리오, 두산 갤러리가 나와 있지만 한국 미술의 뉴욕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국과 일본의 미술에 비해 한국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과 이해는 현격하게 떨어진다. KIAF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라는 사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떻게든 우리 작품을 바깥에 내보낼 기회를 늘리고, 좁은 시장을 벗어나 아시아의 허브이자 세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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