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30여년 만에 한국 찾은 ‘봄의 제전’ 특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 ‘부퍼탈 탄츠테아터’ 메르시 감독, 3월18일 내한 공연
“안무가 바우슈, 한국무대 못서고 먼저 떠나 안타까워”

독일 출신의 전설적 안무가인 피나 바우슈의 대표작 ‘봄의 제전’.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1979년 이후 두 번째로 3월
18∼21일 한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원시시대를 묘사한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야성적인 음악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독일 출신의 전설적 안무가인 피나 바우슈의 대표작 ‘봄의 제전’.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1979년 이후 두 번째로 3월 18∼21일 한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원시시대를 묘사한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야성적인 음악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극예술의 지도를 새로 그린 인물.’(영국 일간지 가디언) ‘춤에 목소리를 준 안무가.’(프랑스 일간지 위마니테)

2009년 6월 30일 독일 출신 안무가 피나 바우슈가 사망했을 때 세계 언론이 쏟아낸 추모기사다. 바우슈가 세상을 떠난 지 약 8개월. 그를 세계적인 안무가로 알린 대표작 ‘봄의 제전’과 영화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도입 부분에 나온 ‘카페 뮐러’가 3월 18∼21일 한국을 찾아온다. 바우슈의 뒤를 이어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이끌고 있는 도미니크 메르시 예술감독(60·사진)을 2월 2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그는 “30여 년 만에 같은 작품으로 한국을 찾게 돼 기념일을 축하하는 기분이 든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봄의 제전’은 1979년 동아일보 초청으로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첫 내한했을 때 선보인 작품. 바우슈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발레의 형식에서 벗어나 창조적이면서도 적나라한 인간의 율동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쳐보고자 노력했다”(1979년 2월 5일자)고 밝힌 바 있다.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2000년과 2003년 등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바우슈는 2005년 서울을 소재로 한 무용 ‘러프 컷’을 안무하기도 했다.

“피나는 언제나 힘이 넘치는 ‘경이적인 일꾼’이었습니다. 핵심으로 곧장 다가가는 안무가였어요. 무용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답니다. 늘 무용단이 살아 움직이도록 하려고 노력했어요.”

메르시 예술감독은 밝은 목소리로 “한국의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우슈에 대해 묻자 “피나를 정확히 설명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972년 바우슈를 처음 만난 뒤 부퍼탈 탄츠테아터 창립 멤버로 평생 함께 활동해왔다. “그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단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피나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죠.”

바우슈는 폐암 진단을 받은 지 닷새 만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카페 뮐러’는 바우슈가 죽기 직전까지 직접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며,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메르시 예술감독에게 두 작품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피나의 공연 감상법’으로 답했다. “피나는 미리 공연을 소개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길 원했거든요.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공연을 보는 것, 열린 마음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가 원하던 방법이죠.”

메르시 예술감독도 생전의 바우슈와 마찬가지로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카페 뮐러’에 출연한다. 그는 “원동력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내 몸이 내가 무대에 오르도록 허락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 그에게 ‘피나 바우슈 없는’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현재는 바우슈 생전에 예정됐던 공연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다. 그는 “아직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피나의 새 작품은 이제 없겠지만 무용단이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안무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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