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펑크록과 함께 펼쳐지는 유쾌한 해적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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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인디밴드의 요람인 홍대 클럽문화와 공연 메카인 대학로의 소극장문화가 섞인 혼성 문화상품이다. 해적선 갑판을 형상화한 무대 위에서 해적 복장을 한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분명 뮤지컬이다. 하지만 그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면서 머리에 장착한 무선 핀 마이크가 아닌 스탠딩마이크를 붙잡고 노래한다는 점에선 영락없는 클럽공연이다.

6명의 배우(대학로)/가수(홍대)는 인디밴드와 가수들의 연합체인 음악창작집단 해적의 단원들이다. ‘헤드윅’과 ‘록키호러쇼’의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이자 ‘해적’의 대표인 송용진 씨가 이끄는 2개 밴드와 4인조 펑크록 인디밴드 ‘딕펑스’의 멤버들이다. 16곡의 노래 중 ‘치어걸’ 등 8곡이 딕펑스의 노래이고 ‘사랑해’ 등 5곡은 송 씨의 노래다.

극작과 작사 연출 음악감독 1인 4역을 맡은 송 씨가 ‘해적’ 단원들의 창작곡을 엮어서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5월 홍대 클럽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뒤 8회에 걸쳐 공연한 작품을 정식 대학로 뮤지컬로 발전시킨 것이다.

신종 돼지독감으로 지구상의 여자가 전멸한 뒤 전설적인 해적선장 잭 스패로가 남긴 지도를 따라 아름다운 처녀(치어걸)들이 산다는 미지의 섬 원더랜드를 찾아 나선 해적들의 모험담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감을 잡았겠지만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남자애들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짬뽕해 주로 칼싸움 중심의 이야기가 있는 놀이를 펼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잭 스패로는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이고 원더랜드는 동화 ‘피터 팬’에 등장하는 섬 이름이다.

이 공연의 목적은 철저한 유희다. 드럼과 전자기타, 키보드 중심의 강렬한 펑크록 사운드에 신나는 노래와 개그, 모창, 장기자랑, 만담, 육두문자와 현실풍자를 섞어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이다.

무대가 해적선 갑판이라면 객석은 해적 선실이다. 6명의 배우는 공연 전부터 극장 밖에서 해적풍의 드레스코드를 맞춰오지 않은 관객에게 해적 배지를 강매(?)하고 배멀미약이라며 초콜릿을 나눠준다. 그렇게 유년시절 장난꾸러기로 돌아간 객석의 해적들은 율동과 고함을 지르며 점차 해적놀이에 동참하게 된다. ‘키덜트 뮤지컬’의 탄생이다. 4만 원.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라이브극장. 02-548-114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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