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폐암 이긴 대학총장, 다시 대학 신입생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 아임 어 스튜던트/로저 마틴 지음·노진선 옮김/309쪽·1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대학 총장 출신의 대학 신입생 로저 마틴 씨(왼쪽)는 조정부 활동을 통해 ‘긴장을 풀고 노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빼는’ 삶의 여유를 배웠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대학 총장 출신의 대학 신입생 로저 마틴 씨(왼쪽)는 조정부 활동을 통해 ‘긴장을 풀고 노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빼는’ 삶의 여유를 배웠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쉰일곱 번째 생일을 앞두고 폐암 진단을 받았다. 1년의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가 다행히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미국 랜돌프메이컨대 총장이었던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청년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환상을 과감히 실천한다. 이 이야기는 그가 예순한 살이 됐을 때 얻은 안식년 휴가 중 6개월을 인문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미국 세인트존스대 신입생으로 활동할 당시의 것이다.

배움의 자리로 돌아간 그는 열여덟 살 동급생들과 함께 줄을 서서 학생증을 받고, 실제 학창시절에는 열심히 하지 않은 그리스 고전문학을 끙끙거리며 읽는다. 스포츠 정신을 살려 보겠다며 조정부에 들어가 젊은 친구들과 땀과 우정을 나누며 승리의 기쁨도 맛본다.

딸과 비슷한 동기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정도로 친근한 친구관계로까지 발전한다. 치기 어린 도전으로 비칠 수 있는 이런 과감한 도전을 벌인 이유에 대해 저자는 “60대가 되어도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병실에서 염려했던 것처럼 자신의 인생이 내리막길만 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싶었던 것이다.

조정대회의 승리를 포함한 대학 생활을 통해 그는 삶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배웠다. 대학 총장으로 산다는 건 모든 걸 통제하고 명령하고 매사를 손에 꽉 쥐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신입생으로 지내면서 자신을 낮추고 모든 걸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손아귀의 힘을 풀면 인생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을 배웠다고 술회한다. ‘긴장을 풀고 노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빼라’는 조정부 친구의 충고는 새로운 삶의 주문이 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행한 도전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내게 아직 미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이것이 내가 이 괴상하고도 멋진 안식년 휴가를 얻는 진짜 이유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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