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무요무(yom yom).’ 일본어로 ‘읽다 읽다’라는 뜻을 가진 이 잡지는 최근 독특한 행보를 보이는 일본의 문예지다. 단편소설, 에세이 등을 수록한 대중소설 잡지로 2006년 신초샤(新潮社)에서 창간된 이래 한 호에 8만 부씩 발행되고 있다. 초판도 다 나가지 않아 잇달아 폐간되거나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의 문예지 시장에서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매년 다섯 차례 발행되는 이 잡지는 성향이나 독자, 수록 작품 등에서 다른 문예지와 차별되는 면모가 있다. 일본에서도 문예지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며 ‘발명에 가까운 잡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6일 오후 일본 도쿄 신초샤에서 ‘요무요무’ 부편집장 구스노세 히로유키 씨(사진)를 만났다.
―신초샤에서는 순수문예지인 ‘신초’, 장르문학 잡지인 ‘소설신초’를 발간하고 있다. 문예지가 침체되는 시기에 새로 창간한 이유는….
“일본도 문예지 독자가 줄고 있다. ‘신초’는 1만 부 안팎이며 한때 30만 부까지 팔렸던 ‘소설신초’도 3만 부로 줄었다. 특히 젊은 독자들은 문예잡지를 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잡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잡지는 대부분 적자이지만 ‘요무요무’는 호응이 좋아 완판도 된다.”
―‘요무요무’에는 어떤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는가.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온다 리쿠, 모리미 도미히코 등 젊은 층이 흥미를 가질 만한 대중적인 작품을 싣고 있다. 순수, 장르문학을 따지지 않고 가독성, 대중성에 초점을 둔다. 잡지 성격을 규정하지 않기 위해 특집이나 평론은 싣지 않는다.” 특집-평론 없이 오직 작품만 유명작가 신작 신속히 소개 부담없이 읽게 문고 형태로
―수록 작품 외에 다른 문예지와 구분되는 특색은 무엇인가.
“단편, 에세이만 싣기 때문에 다음 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단행본을 사기엔 돈이 아깝지만 어떤 글을 쓰는지는 궁금한 유명 작가의 신작을 두루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테면 작가들의 ‘쇼케이스’ 같은 개념이다.”
‘요무요무’의 또 다른 특징은 문고본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구스노세 씨는 “젊은 독자들은 문예지 판매대 쪽으로 거의 오지 않지만 발상을 전환해 문고본 판매대에 진열했다”고 말했다. 들고 다니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600엔대) 다 읽고 난 뒤에는 부담 없이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고본과 흡사하다.
문고의 독자층인 20, 30대 여성을 겨냥한 점도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앙증맞은 판다 캐릭터가 그려진 선홍색 표지의 ‘요무요무’ 최근호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표지 디자인, 손에 잡히기 쉬운 판형 등 젊은 여성들을 주 독자로 겨냥했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이 지하철에서 ‘신초’를 읽고 있다면 어딘지 이상하지만 ‘요무요무’를 읽고 있다면 그럴듯해 보인다.(웃음) 일종의 액세서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형태의 대중문예지가 필요한 이유는….
“일본에서는 출판사라면 당연히 잡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작가 발굴과 지면 제공, 출판사의 권위를 위해 문예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독자들은 순수문학에도 장르문학에도 진입장벽을 느낀다. 과거에 문학이 담당했던 역할을 만화, 드라마, 영화가 대체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적 요소를 넘나드는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일본 작가는 두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요무요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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