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출판문화가 성숙한 나라에서 국내와 같은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사례란 찾아볼 수 없다. 전국의 서점에서 팔리는 책을 포함해 베스트셀러를 집계하기 때문에 특정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한 허위 구매 행위로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발상부터 힘들다. 독자들이 책을 구매할 때 베스트셀러 순위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 베스트셀러 집계를 주도해 이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경우를 찾기란 힘들다.
독일에서는 대형 서점이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가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그 대신 주간지 슈피겔 등이 수백 개 서점의 도서판매량을 조사해 발표한다. 슈피겔의 경우 주말마다 각 서점으로부터 전산자료를 받아 특정 기간의 판매실적을 반영한다. 슈피겔은 1961년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을 집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뉴욕타임스가 작성하는 목록이다. 서적 유통회사와 서점에서 자료를 받은 뒤 독자적인 집계와 산출 방식을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서정보회사인 닐슨 북스캔도 전국 4500여 개 서점에서 판매기록을 받아 판매 순위 목록을 작성한다.
일본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대형 출판도매회사인 닛판(日販)과 도한(東販)이 집계한다. 면적 기준으로 전국 서점의 80% 이상이 이들 2개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어 이들이 발표하는 순위가 권위 있게 통용된다. 아마존저팬 등 인터넷서점도 주간 월간 상반기 연간 단위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들지만 대부분의 대중매체는 닛판과 도한의 집계를 인용해 출판 동향을 알린다. 2008년 국내 베스트셀러 집계와 책 사재기 현황을 조사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출판 선진국의 경우 전국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만드는 구조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인위적 순위 조작이란 엄두를 내기 어렵다”며 “독자나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인식 차이도 중요한데 외국 독자들은 책을 선택할 때 ‘베스트셀러’에 끌리지 않고 출판사들도 순위 조작 등 정보 왜곡은 중대 범죄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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