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색다른 ‘컬처노믹스’… 고객감동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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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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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장소는 여성의류 매장이 있는 본관 4층의 중앙 계단 앞 작은 공간이었죠. 이곳에는 톱스타 김혜수 씨와 샌드 애니메이션(모래그림)의 대가 장 폴로 교수,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와 윤영석 씨 등 쟁쟁한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이들은 ‘판타지’를 주제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김혜수 씨는 판타지한 화보를 보여주며 미니토크쇼를 이끌었습니다. 김 씨는 “화장이 아닌 고된 분장 작업을 거치며 판타지를 표현했는데,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실질적 오브제를 통해 구현하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하더군요. 장 폴로 교수의 샌드 아트 공연은 눈앞에서 몽환의 세계가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모래 알갱이가 흩어졌다 모아지기를 반복하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샌드 아트의 판타지는 이어 등장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아름다운 아리아로 감미롭게 장식됐습니다.

이색적인 장소에서 열린 이날 공연은 한 주방기구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여느 행사장과 달리 주인공인 신제품은 한편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고, ‘판타지’라는 테마가 무대 중심을 차지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 시각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은 뜻하지 않게 수준 높은 문화 공연을 만끽했습니다.

이처럼 문화콘텐츠를 비즈니스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문화를 빼놓고 경제를 말할 수 없는 문화예술의 시대가 시작된 셈입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는 것 외에 문화적 가치에는 인색한 듯해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웠습니다. 자동차업계가 대표적입니다.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의 자동차회사들은 저마다 초대형 규모의 자동차 전시장이나 박물관을 마련해 남녀노소에게 자동차에 대한 꿈을 심어준다고 합니다. 일본과 미국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박물관은커녕 작은 전시장조차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뜻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화가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이 마련되고, 문화단체를 후원하는 손길도 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세면대 하나가 아닌 욕실 문화를 배우고, 가구 하나가 아닌 실내 인테리어 트렌드를 체험합니다. 또 기업의 메세나 활동 덕분에 수준 있는 공연과 전시회를 부담 없이 즐기기도 합니다. ‘문화(culture)’를 ‘경제(economics)’에 접목시키는 ‘컬처노믹스’가 활짝 만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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