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10년만에 만난 ‘귀여운’ 전 남편의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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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사랑은 너무 복잡해

두 가지 고백과 사과부터.

‘사랑은 너무 복잡해’(11일 개봉)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또 하나의 부적절한 한글번역 사례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원제를 보니 그냥 직역에 가깝다. ‘It's Complicated.’

또 하나. 초반 10분까지는 ‘물심양면 풍족한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공동체를 배경으로 만든 한가하고 뻔한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이려니’ 넘겨짚었다.

‘백인 관객용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상영시간 내내 스크린에 등장한 유색인종은 도입부 칵테일파티에서 뒷모습만 휙 스쳐 지나간 종업원뿐이다. 하지만 재벌과 콜걸의 로맨스를 그린 ‘귀여운 여인’(1990년)이 양성 평등의 바람직한 가치관을 보여줘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가. 느긋한 마음으로 초반 10분을 만족스럽게 넘긴 사람에겐 예상 밖의 큰 웃음과 마음 한구석 뭉클한 따스함까지 느끼게 할 영화다.

뭐가 그리 ‘복잡’할까.

요즘 한국의 TV 드라마가 경쟁하듯 내놓는 얽히고설킨 애정관계도와 비교하면 이 영화의 연애 구조는 실상 단조롭다. 이혼한 지 10년 만에 전 남편 제이크(앨릭 볼드윈)와 돌발적 잠자리를 갖게 된 독신녀 제인(메릴 스트립). 시작은 ‘술이 원수’였지만 고독한 일상의 허무와 피로를 잠재우는 달콤한 욕망에 이끌려 재혼한 전 남편과 계속 ‘불륜 관계’를 맺는다. 여기에 경쟁자로 끼어든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이 ‘복잡함’을 구성하는 전부다.

인원은 단출하지만 심정과 사연은 복잡하다. 전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나 토끼 같은 세 자식마저 버려두고 떠나갔던 천하의 불한당이다. 혼자서 베이커리를 운영해 고생고생 키워낸 자식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나쁜 자식, 여전히 매력적이다. 철없는 어린 아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더니 철도 좀 들었다. 술 몇 잔 걸치더니 “지금도 내겐 당신 뿐”이란다. 죽일 놈. 그러면서도 마음은 흔들린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올 때는 한꺼번에 몰려서 온다. 독수공방 10년 만에 맞은 애정운도 그렇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집 확장을 맡은 건축가 아담. 손놀림만큼 언행과 매너도 곰살궂고 자상하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빈틈없이 신경써준 이 남자. 사실 첫눈에 반해서 그런 거란다. 아담과 뜨끈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겨우 감정을 자제해 배웅하고 나니 몸 단 전 남편이 초인종을 눌러댄다. 오오, 어쩌랴.

설정은 끈적끈적한데 엎치락뒤치락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느끼하지 않고 사랑스럽다. ‘샤도우’의 슈퍼히어로 등 1990년대 섹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가 차츰 늙수그레한 밉상 괴짜 역할에 익숙해져갔던 볼드윈은 믿기지 않을 만큼 ‘귀여운’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TV 시트콤 ‘30 록’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맘마 미아’에서 조금은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었던 스트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대조적인 ‘수더분한 섹시함’을 선보였다.

지난해 ‘줄리&줄리아’에서 요리사로 출연해 관객의 식욕을 자극했던 스트립이 또 한 번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내놓는다. 팝콘과 콜라 대신 촉촉한 카스텔라 한 쪽과 아이스라테 한 잔을 들고 입장하길 권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성인이 된 아들딸이 부모와 함께 보기 딱 좋을 영화다. ★★★★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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