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존재도 몰랐던 자폐증 형, 수십억 유산 혼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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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2009년 초연됐던 연극 ‘레인맨’이 남경읍, 남경주와 박상원, 원기준 등 스타 배우를 앞세워 돌아왔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레인맨’은 이기적인 동생과 자폐증을 앓는 형이 만나 변화해간다는 줄거리로 따뜻한 형제애를 다뤘다. 실제로도 형제인 남경읍, 남경주 씨가 15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고, 특히 남경읍 씨는 이번이 20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주식중개인 찰리 바비트는 돈만 아는 남자다. 함께 사는 연인 수잔나에게조차 “돈이 없다면 불편할테니 떠날 테면 떠나라”고 말하는 오만하고 냉정한 인물. 당연히 친구도 없다. 유일하게 위안을 주는 것은 어린시절 상상 속 친구였던 ‘레인맨’뿐이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역시 그에게는 유산 상속을 위한 기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을 듣기 위해 도착한 신시내티의 한 병원에서 그는 자신이 고작 자동차 한 대와 장미정원만을 상속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머지 300만 달러는 존재조차 몰랐던 형 레이먼 바비트에게 돌아간 것. 자폐증 때문에 어릴 적부터 병원에서 생활해온 형이다. 찰리는 유산을 넘겨받기 위해 형을 데리고 로스앤젤레스로 길을 떠난다.

찰리와 레이먼은 모두 어딘가 결핍된 인물들이다. 찰리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위악을 부리며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레이먼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못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거부한다. 여행은 두 사람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레이먼은 찰리에게 그가 평생 사랑받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찰리는 레이먼이 누군가와 손을 잡고 춤을 출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연극의 특징을 살렸다. 배우가 실수를 연발하며 관객의 폭소를 끌어내는 ‘축구공 리프팅’ 장면은 연극의 현장성을 느낄 수 있다. 웅크린 등,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던 레이먼 역의 배우가 커튼콜 때는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습 역시 연극만의 묘미다.

초연 때는 없었던 카지노 장면과 에필로그 장면이 삽입됐다. ‘레인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보다는 찰리와 레이먼이 함께 춤추는 장면을 강조해 두 사람의 형제애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단, 둘의 관계를 관통하는 비틀스의 음악이 적게 사용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3만3000∼8만8000원. 02-3443-8695, 02-548-1141. 4월 7∼11일 대구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4만4000∼7만7000원. 053-762-000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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