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두 댄스 씨어터’를 이끌고 있는 정영두가 3월 10, 11일 LG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작 ‘제7의 인간’을 발표했다. 극장이 안무자를 선정해 특별한 작업을 의뢰했다는 점에서 정영두는 책임과 영예를 한 몸에 받은 인물로 이목을 끌었다.
‘제7의 인간’은 헝가리 시인의 시 제목이자 1970년대 유럽 노동자들을 사진과 글에 담은 책 제목으로, 당시 노동자 일곱 중 하나가 이민노동자였던 것을 뜻한다. 안무자는 이를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의무만 강요받아 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했다.
그러나 홍보물이 강조한 사회적 의미나 비판적 시각의 무게에 비해 춤은 턱없이 가볍다. 안무자가 고민한다는 ‘사회적 운동성’과 ‘개인적 전문성’의 균형이 후자 쪽으로 쏠린 이유는 사실적 상황 묘사가 대개 무언극 동화로 흐르는 모순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언어와 몸짓의 괴리를 줄이는 방법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이 작품은 정영두의 안무 스타일이 변환기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 최소한의 기교로 작품을 연결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박명훈 최진한 등 기교파 남성들의 무술적 도약을 부각시키고 빠른 속도의 회전 같은 기교적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안배했다.
물론 몸짓 이미지의 성공적 제시도 병행했다. 굳이 여성의 상체를 노출시켜야 했는가라는 당위성은 의문이지만 일상복을 벗고 노동복으로 갈아입는 군무의 규칙적 몸짓이나 주기도문을 외우는 속삭임이 이주노동자들의 외양과 정신을 규정하며 결론에 대한 호기심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 무릎 꿇어 엎드린 자세의 상체 굴신이 노동을, 손가락을 입에서 빼내 객석을 향하는 손짓이 불만을, 서정적 선율에 차례로 등장하는 듀엣과 트리오가 애수 속 교감을 암시하며 슬픈 군상을 반복적으로 나열했다.
특히 소품으로 사용된 노동자들의 얼굴 사진에 내재된 삶의 흔적에 상응하는 압축된 몸짓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는 절망적이다. 또한 동작 발견 능력에 비해 그것을 연결 발전시키는 호흡이 짧아 장면과 무관하게 귀한 몸짓이 흩뿌려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40분 동안 객석의 긴장감을 지탱해낸 연출력은 대단하다. 각 장면의 이미지를 완성하고 일관된 조화를 조율한 전개는 안무자의 진지한 뚝심을 대변한다. 기교 숙련도의 격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일체감을 보인 출연자들의 연기 또한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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