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조계종 직영사찰화를 둘러싸고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14일 오전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이유를 사찰의 주인인 신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며 “다음 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직영사찰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신도를 비롯한 사부대중이 사찰의 주인인데 총무원은 ‘소통과 화합’을 한다면서 해당 사찰 주인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누구와 소통을 했느냐”며 “총무원이 직영사찰로 지정한 이유로 내건 서울 강남·북 포교벨트 조성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명하라”고 말했다.
봉은사 측은 사찰 운영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총무원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황찬익 봉은사 문화사업단장은 15일 통화에서 “신도들은 명진 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뒤 신도가 늘고 재정이 튼튼해졌는데, 직영사찰이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봉은사 신도는 명진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2006년 약 20만 명에서 현재는 25만여 명으로 늘었고, 불전함(佛錢函)에 시주가 늘어나고 기도 신청이 많아지면서 한 해 예산이 80여억 원에서 130여억 원대로 증가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단은 11일 중앙종회를 열어 종무회의가 상정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안’을 찬성 49, 반대 21로 통과시켰다. 봉은사 직영화는 중앙종회의 승인을 받은 만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정하는 절차만 남았다.
직영사찰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가 되고 형식상 주지가 사찰 살림을 맡는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의 경우처럼 직영사찰 주지는 조계종법상 ‘재산관리인’일 뿐이다. 일반 사찰주지의 임기는 4년이지만 재산관리인은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
현재 조계종의 직영사찰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 인천 강화군 보문사 등 모두 3곳. 직영사찰은 총무원에 내는 분담금 요율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직영사찰이 되면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황찬익 단장은 “직영사찰인 선본사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선본사는 1년 예산 60억 원 중 30억 원을 총무원에 내고 있다”고 말했다. 봉은사는 현재 1년에 12억여 원을 내는데 분담금이 더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총무원은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사찰인 봉은사의 직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봉은사는 2010년 예산이 136억 원이다.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15일 “승가교육 개선, 신도 조직화 등 포교대책을 위한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며 “명진 스님도 법랍 등을 고려할 때 종단에 좀 더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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