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우세를 쉽게 까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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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
준결승 1국 3보(45∼61) 덤 6집 반 각 3시간

우하 쪽 전투가 끝났다. 누가 유리할까. 두 대국자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홍기표 4단은 백이 두터워서 약간 불리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이 우변을 뚫고 들어갔기 때문에 흑의 중국식 포석이 실패했다고 본 것. 그러나 안형준 2단은 반대로 흑의 실리가 제법 짭짤해서 백이 별로 얻은 것이 없다고 보고 있었다. 두 기사의 각기 다른 형세판단은 이후 반면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리해졌다고 생각한 홍 4단은 흑 45로 백 모양을 무너뜨리자고 나섰다. 공격의 실마리를 잡자는 뜻이다. 백 46을 본 홍 4단은 아차 싶었다. 백 50까지 외려 백 말이 두터워지는 그림이 한눈에 보인 것. 흑 51은 근거의 급소니까 생략할 수 없는데 백 52로 흑 한 점이 차단됐다.

당장 흑 한 점을 참고도처럼 움직이는 건 안 된다. 백이 우상 귀를 내준 뒤 12로 뛰면 중앙이 온통 백 천지로 변한다. 그래서 흑은 눈물을 머금고 53으로 두 점을 잡고 백은 54로 튼튼하게 지켰다. 이건 백의 성공. 더구나 백 54가 놓이면서 우상 흑 집에 고약한 뒷맛이 남았다. 백이 뜻밖에 쉽게 우세를 잡았는데 이게 오래가지 못했다.

안 2단은 국후 백 60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흑 61의 삭감을 당해 그동안 번 우세를 다 까먹었다는 것이다.

“그럼 어디로 뒀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안 2단은 오른손 검지로 가만히 ‘가’를 짚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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