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9일 일부 인터넷 서평 카페가 연루된 사재기 사례를 발표하면서 서평 카페들이 도마에 올랐다. 회원들끼리 도서 정보를 주고받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갈수록 순수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서평 카페들에 대한 출판계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서평 카페들의 변질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서평 이벤트’를 꼽는다. 출판사와 카페 운영진이 연계해 서평을 조건으로 회원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다. 인문서적을 주로 내는 한 출판사 대표는 “출판사가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카페 운영자 측이 이벤트를 진행하겠다며 책을 제공해달라고 할 때도 있다”면서 “그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개 수만 명, 많게는 1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서평 카페의 구전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원수가 많은 카페에선 매달 수십 건의 서평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돼 순서가 오기까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16일 오후 네이버의 한 서평 카페에 올라 있는 3월 이벤트는 18건이었다.
서평 카페에 독후감을 올리고 책을 무료로 받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기는 어렵다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문제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권하고 싶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서평의 근본 취지와 달리 ‘공짜로 주니까 읽고, 싫든 좋든 평을 쓰는’ 상황이 되면서 서평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페들이 책을 받고도 평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음 이벤트에 참가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글쓴이의 주관적 평가가 분명한 서평이 실리기도 하지만 이벤트가 남발하면서 주례사 서평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좋은 평가 위주의 서평들로 인해 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기 어려워진 것이다. 출판사와 카페의 요청에 따라 동일인이 특정 도서에 대한 동일한 서평을 여러 사이트에 올려 놓다 보니 변별력 있는 서평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한 서평 카페는 “책 수령 후 2주 안에 서평을 카페와 인터넷서점에 올려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해당 카페의 한 회원은 시한에 쫓긴 듯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책을 읽으면서 역사공부 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정도의 서평을 여러 사이트에 올렸다.
서평 능력이 처지는 사람이 책을 받다 보니 다른 서평을 베끼는 사례도 발생한다. 16일 한 서평 카페는 “타 카페에서 쓴 서평을 우리 카페의 한 분이 도용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다른 카페는 “운영진이 협의한 최소 서평 기준은 본문 인용 및 문단 띄우기를 제외하며 A4 용지에 폰트 10으로 20줄 이상입니다”며 최소 서평 기준을 올려놓기도 했다.
본래의 취지를 잘 지키는 카페들도 있다. 다음의 ‘비평고원’이 대표적이다. 4월이면 개설 10주년을 맞지만 회원은 1만 명을 갓 넘는다. 서평이 올라 있는 책은 아우구스티누스, 프로이트, 라캉 등으로 다른 카페와 수준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판사들은 점점 서평 카페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인영아 뜨인돌 편집장은 “서평 이벤트가 너무 많다 보니 독자들이 예전만큼 서평을 믿지 않아 서평 이벤트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경영서를 내는 한 출판사는 서평 카페가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에 최근 서평 이벤트를 중단했다.
그 대신 출판사들은 블로그에 더욱 치중하거나 트위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책임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내 이름을 걸고 하니까 책을 다 읽은 뒤라도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면 서평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떠오르는 트위터 마케팅에 대해 은행나무의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 김류미 씨는 “트위터는 확장성이 좋다는 점에서 신간을 널리 알리려는 출판사들의 목적에 잘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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