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홍기표, 국수전 ‘이변의 드라마’ 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결승 2국서 이창호 9단에 불계승… 1승 1패

“홍기표 4단의 명국이에요.”

17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53기 국수전 결승 5번기 2국을 지켜본 기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국내 랭킹 63위인 홍 4단은 이날 랭킹 2위인 이창호 9단에게 17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 기사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홍 4단은 이날 바둑에서 묵직한 두터움을 바탕으로 매서운 펀치를 날려 이 9단을 KO시켰다. 초반은 이 9단이 실리를, 홍 4단이 두터움을 나눠 가진 채 진행됐다. 팽팽한 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 4단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서서히 이 9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9단이 백 세력에 부담을 느껴 삭감에 들어가자 홍 4단은 우변에서 결정타를 터뜨리며 흑 10점을 잡아 우세를 확보했다. 이후 이 9단이 거듭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며 격차를 더 벌렸다.

조훈현 9단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열린 1국에서도 이 9단이 승리하긴 했지만 중반까지는 계속 끌려 다니다가 홍 4단의 막판 실수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이 9단도 국후 “홍 4단이 차분히 지켜뒀으면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었다”고 말했다.

김승준 9단은 “보통 처음 결승에 올라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홍 4단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바둑을 두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 9단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 4단이 예상과 달리 이 9단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자 이 9단의 일방적 우승을 점쳤던 바둑계의 전망도 변하고 있다.

이날 바둑을 인터넷 해설한 한종진 7단도 “홍 4단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 싱거울 것 같았던 승부가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3국이 19일 열리는 것도 홍 4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0∼12일 농심신라면배에서 3연승을 거두고 돌아온 이 9단이 피로를 회복하기 전에 결승전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

홍 4단도 “이 9단과 같은 기풍에는 자신 있는 편”이라며 “절대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제53기 국수전 결승 2국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하변 흑 71이 실리를 탐한 패착. 75의 자리에 둬 중앙을 보강했으면 아직도 긴 승부였다. 참고도 백 1이 홍 4단이 노리던 
핵펀치. 이 9단이 예상 못했던 강수였다. 백 11까지의 수순이 절묘하다. 백은 15까지 흑을 양분해 승기를 잡았다. 
143…126
제53기 국수전 결승 2국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하변 흑 71이 실리를 탐한 패착. 75의 자리에 둬 중앙을 보강했으면 아직도 긴 승부였다. 참고도 백 1이 홍 4단이 노리던 핵펀치. 이 9단이 예상 못했던 강수였다. 백 11까지의 수순이 절묘하다. 백은 15까지 흑을 양분해 승기를 잡았다. 143…126
참고도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