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53기 국수전 결승 5번기 2국을 지켜본 기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국내 랭킹 63위인 홍 4단은 이날 랭킹 2위인 이창호 9단에게 17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 기사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홍 4단은 이날 바둑에서 묵직한 두터움을 바탕으로 매서운 펀치를 날려 이 9단을 KO시켰다. 초반은 이 9단이 실리를, 홍 4단이 두터움을 나눠 가진 채 진행됐다. 팽팽한 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홍 4단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서서히 이 9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9단이 백 세력에 부담을 느껴 삭감에 들어가자 홍 4단은 우변에서 결정타를 터뜨리며 흑 10점을 잡아 우세를 확보했다. 이후 이 9단이 거듭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며 격차를 더 벌렸다.
조훈현 9단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서 열린 1국에서도 이 9단이 승리하긴 했지만 중반까지는 계속 끌려 다니다가 홍 4단의 막판 실수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이 9단도 국후 “홍 4단이 차분히 지켜뒀으면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었다”고 말했다.
김승준 9단은 “보통 처음 결승에 올라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홍 4단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바둑을 두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 9단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 4단이 예상과 달리 이 9단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자 이 9단의 일방적 우승을 점쳤던 바둑계의 전망도 변하고 있다.
이날 바둑을 인터넷 해설한 한종진 7단도 “홍 4단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 싱거울 것 같았던 승부가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3국이 19일 열리는 것도 홍 4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0∼12일 농심신라면배에서 3연승을 거두고 돌아온 이 9단이 피로를 회복하기 전에 결승전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
홍 4단도 “이 9단과 같은 기풍에는 자신 있는 편”이라며 “절대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제53기 국수전 결승 2국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하변 흑 71이 실리를 탐한 패착. 75의 자리에 둬 중앙을 보강했으면 아직도 긴 승부였다. 참고도 백 1이 홍 4단이 노리던
핵펀치. 이 9단이 예상 못했던 강수였다. 백 11까지의 수순이 절묘하다. 백은 15까지 흑을 양분해 승기를 잡았다.
14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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