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모자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모자가 다양했다. 왼쪽부터 선비들이 실내에서 썼던 상투관과 망건, 비가 올 때 썼던 종이모자 갈모, 부녀자들의 방한모였던 조바위, 의례 때 부인들이 착용했던 족두리. 사진 제공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조선 사람들의 모자는 신비롭고 인상적이다. 단편적 묘사만으로는 조선 모자의 가치를 다 보여주기 어렵고 품위에 맞지도 않을 것이다.”
1885년 조선을 여행한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벨 로웰은 저서 ‘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한국인들의 모자 문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다. 19세기 말 조선을 찾았던 다른 외국인들도 “모자의 왕국” “모자의 천국” “모자의 발명국”이라며 조선의 모자 문화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19세기 조선시대 말기의 모자와 쓰개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18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열리는 ‘모자의 나라 조선’. 화장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갓, 전모, 조바위, 갈모, 굴레, 백립, 족두리 등 40여 종, 100여 점의 모자와 모자 장식물이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실내용 모자 △외출용 모자 △실용적 모자 △의례용 모자로 나뉜다. 실내용 모자는 상투관, 망건, 탕건과 같이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썼던 것이다. 이들 모자에서는 늘 자신을 가다듬으려 했던 선비들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상투 튼 머리를 보이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양반은 정신 수양의 의미에서 상투관과 함께 탕건, 정자관을 항시 머리에 쓰고 있었다.
외출용 모자 코너에서는 선비들의 갓인 흑립, 부녀자들의 나들이용 쓰개치마와 전모를 전시한다.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 때 쓰는 실용적 모자도 있다. 옛 사람들은 비가 오면 갈모와 삿갓 등을 썼다. 종이로 만든 고깔형의 갈모는 접어 휴대하기에 편한 모양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특히 많았다. 조선을 여행했던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갈모를 쓴 노인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엔 키스의 그림을 비롯해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자 관련 자료도 함께 전시한다. 푸른 눈에 비친 모자를 통해 조선의 모자 문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지선 학예연구사는 “모자엔 조선의 문화와 정신이 담겨 있지만 화려한 의복에 비해 모자를 주목하지 못했다. 모자에 담긴 가치와 상징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상상 속의 모자를 직접 만들어보고 모자에 관한 이런저런 스토리를 말해보는 ‘모자 쓰고! 이야기 쓰고!’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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