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멋있는 예술 아닌 맛있는 이야기 들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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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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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위성신씨 윤당아트홀서 1년간 공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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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를 무대로 한 뮤지컬 ‘락시터’의 무대세트에서 만난 연극연출가 위성신 씨. 30대까지 실험극 연출가로 관객이란 물고기를 
기다리던 그는 40대 들어 그 물고기와 함께 어울리는 연출가로 변신하면서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가 됐다. 홍진
환  기자
낚 시터를 무대로 한 뮤지컬 ‘락시터’의 무대세트에서 만난 연극연출가 위성신 씨. 30대까지 실험극 연출가로 관객이란 물고기를 기다리던 그는 40대 들어 그 물고기와 함께 어울리는 연출가로 변신하면서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가 됐다. 홍진 환 기자
2001년, 나이 서른일곱에 그는 서울 대학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극전을 열었다. ‘위성신은 거북이를 좋아한다’란 제목으로, 그동안 연출한 실험극 다섯 편을 넉 달간 올렸다. 당시 이름 석 자를 건 연극전은 예순이 넘은 대가나 가능했다. ‘젊은 놈이 건방지다’라는 비판과 함께 7000만 원의 빚만 남았다.

“그 무렵 한 후배가 제게 ‘형의 작품은 너무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30대에 제가 연출했던 작품들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대중적인 것이란 무엇인가’가 저의 화두가 됐습니다.”

2003년 ‘위성신의 러브 페스티벌’은 그 화두를 풀기 위한 첫 작업이었다. 사랑을 소재로 한 2인극 4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도 8000만 원에 가까운 빚을 졌다. 그런데 4편 중 한 편인 ‘늙은 부부 이야기’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 빚을 한 번에 갚았다.

2010년 그는 또다시 자신의 이름을 건 ‘위성신 연출전’을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복판에 있는 윤당아트홀에서다.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로 시작된 이 연출전에선 올 1년 내내 그의 흥행작을 계속 올릴 예정이다. 그사이 목록은 길어졌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와 ‘술집’, 뮤지컬 ‘락시터’와 ‘매지션스’…. 지난해 12월에는 그가 연출한 작품 다섯 편이 한꺼번에 대학로에서 공연됐다.

올해도 뮤지컬 ‘락시터’(소극장 축제)가 벌써 재공연에 들어갔고 4월 29일부터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될 뮤지컬 ‘친정엄마’의 연출도 맡고 있다. 좌우명이 ‘욕심만큼 열심히 살자’라는 그는 올해만 다섯 편의 신작을 포함해 10편이 넘는 작품의 연출을 맡을 예정이란다.

그의 작품은 풍속화를 닮았다. 우리 시대 다양한 풍경과 애환이 녹아 있다. 노년의 사랑이 주된 소재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평론가의 눈에는 이게 통속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평론가에겐 연극이 곧 생활은 아니지만 저희에게는 연극이 생존이고 생활입니다. 제 꿈은 멋있는 예술가가 아니라 재밌는 이야기꾼입니다. 좀 촌스럽지만 대중의 소소한 사랑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대중성이란 화두를 접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자’를 새 화두로 삼았습니다.”

16년째 극단 ‘오늘’을 이끌고 있는 그를 보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란 말이 새삼 떠올랐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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