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노림수를 터뜨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
준결승 1국 4보(62∼76)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의 삭감수가 놓이자 기껏 쌓아둔 우상 쪽 백 세력이 일순 빛을 잃는 느낌이다. 백이 수십 수에 걸쳐 벌어놓은 우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안형준 2단으로선 맥 빠지는 장면. 안 2단은 다시 차이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백 62는 단순한 선수 활용 같지만 들여다보면 칼을 품고 있다. 홍기표 4단은 그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흑 63으로 받았다. 그러나 백의 노림을 눈치 챘다면 75의 자리로 한발 물러섰어야 했다.

흑 63을 본 안 2단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나만 알고 상대는 모른다는 것을 확인한 것. 언제든 터뜨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생긴 셈이다.

안 2단은 우상 노림을 유보하고 상변 흑 공략부터 나섰다. 하지만 상변 흑은 깃털처럼 가볍다. 흑 67, 71로 폴짝 뛰어나오자 더는 공격이 쉽지 않다. 백 72로 씌워 한 번 더 위협했지만 흑은 73으로 백 집을 부수는 배짱을 부린다. 이처럼 상대가 배짱을 부릴 때 한방 먹일 수 있어야 하는데 뾰족한 수단이 없다.

안 2단은 우상 화약고에 불을 붙이기로 결심했다. 상변이 깨진 마당에 서둘러 우세를 되찾고 싶었던 것. 백 74, 76이 아까부터 노리던 맥. 하지만 우변에 지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더 참고 때를 기다렸어야 했다. 왜일까. 검토실은 참고도처럼 두는 것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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