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별것 없었던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 안형준 2단 ● 홍기표 4단
준결승 1국 5보(77∼91) 덤 6집 반 각 3시간

우상 흑 진에서 백의 노림수가 터졌다. 이걸 까맣게 모르고 있던 홍기표 4단은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한 수를 당하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홍 4단은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수를 읽는다. 시간이 지나자 홍 4단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수는 되는데 생각보다 파괴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홍 4단은 자신 있게 흑 77로 붙여갔다. 흑 87까진 필연적 수순이다. 백은 흑 귀를 완전히 파괴하며 살아갔고 흑은 백 두 점을 잡고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홍 4단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 않다. 이 변화는 실리로는 백이 득을 봤다. 그러나 선수를 흑에게 빼앗긴 것이 더 큰 손해. 어떻게 보면 우상에서 백이 수를 낸 것은 끝내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흑 ‘가’로 두면 흑의 일부가 살아가는 수도 남았다. 수순 중 백 80으로 참고도 백 1에 두는 것은 실수. 흑 6까지 백이 수 부족으로 잡힌다. 국 후 검토할 때 두 대국자가 이 대목을 복기하며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긴다.

“(우상 귀에서 수를 낸 것이) 좀 빨랐나?”(형준)

“응, 빨랐던 거 같아. 난 모르고 있었거든.”(기표)

“그래? 그럼 천천히 할걸.”(형준)

“좀 더 뜸을 들였으면 내가 곤란할 뻔했어.”(기표)

“아∼, 아깝다.”(형준)

우상 귀에서 선수를 잡고 흑 91로 밀어가자 흑의 앞길이 확 뚫린 느낌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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