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현실정치의 좌절, 근대문학 동력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 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 지음·조영일 옮김 / 189쪽·1만5000원·도서출판 b

문학평론가에서 문예이론가로, 다시 탈자본주의와 탈국가 이론을 모색하는 사상가로 변신을 거듭한 저자의 내밀한 정치관이 담겼다. 일본 소설가 고아라시 구하치로의 질문에 고진이 육성으로 답한 2008년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1960년 도쿄대 학생으로 전학련의 안보투쟁에 참여한 좌파 학생운동가였지만 1968년 전공투 투쟁에 대해선 비판적 자세를 나타냈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수용할 수 있어도 소련식 사회주의나 모택동주의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일관된 신념에서였다.

문학과 수학 중 어느 것도 잘할 수 없을 것 같아 그 절충으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마르크스의 화폐이론, 소쉬르의 언어학이론 그리고 수학이론을 결부하려 했다는 독특한 지적 편력도 흥미롭다. 문학과 철학, 마르크스와 칸트처럼 이질적 요소의 결합을 끌어내는 그의 독특한 글쓰기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

‘현실정치의 좌절이 상상력을 통한 그 극복으로서 근대문학의 동력이 됐고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의 붐 역시 68혁명의 좌절을 관념적으로 돌파하려한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통찰은 음미할 만하다.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탐색하다가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하고 자본-국가-민족의 연결고리를 해체할 정치경제이론에 몰두하는 그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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