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 ‘논어’ 통해 근대적 가치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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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김시천-전호근 씨, 동양고전 번역史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 펴내

“함석헌의 ‘노자’ ‘장자’는 자연주의-평화주의 담아”

“고전을 읽으려면 번역을 해야 하죠. 조선시대 때도 사유의 수단은 우리말이었습니다. 번역을 하며 그 과정에 번역자의 고유한 정신세계가 반영됐고,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동양철학 전통이 쌓인 겁니다.”(전호근 민족의학연구원 상임연구원)

두 소장 동양철학자가 함께 동양철학 고전의 ‘번역사(史)’를 다룬 책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를 냈다. 구한말부터 현대까지를 중심으로 최남선, 함석헌 등 당대 지식인들이 ‘논어’ ‘노자’ 등을 어떻게 번역해왔는지를 살핀 책이다.

최남선은 20세 때인 1908년 자신이 창간한 잡지 ‘소년’에 논어를 번역해 ‘소년 논어’를 연재했다. 전 연구원은 “최초의 근대적 동양철학 번역”이라며 “조선의 근대화를 꿈꾸던 최남선은 번역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근대적 상황에 맞추는 가치 전환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언어로 번역 △독자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계몽적인 태도를 극복했다는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공동저자인 김시천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함석헌의 ‘노자’와 ‘장자’ 번역을 번역자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함석헌은 ‘무위자연’을 당대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의 담론으로 읽었다”며 “오늘날 우리가 노장사상에서 자연주의나 평화주의를 연상하는 것은 함석헌의 번역 이후부터”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현재 학계는 원전 중심주의로 인해 번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원문을 읽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풍토 때문에 서구 학계의 동양철학 연구 성과가 국내에서 무시되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번역은 흔히 뜻을 바꾸지 않고 옮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 분명 번역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번역자의 가치관도 개입한다”며 “번역은 결국 고전 속의 영원한 진리를 옮기는 작업이라기보다는 현대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고전 속에 새겨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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