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뿌리내린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50)의 친구이자 미술가인 바이런 킴의 말이다. 차이나타운의 건물 7층에 자리한 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눈 돌리는 곳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작품들로 빼곡하다.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이래 개인전보다 아이들 그림을 모아 대형 벽화로 선보이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주력해온 작가. 남이 알든 모르든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업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5∼10월 열리는 세계엑스포의 한국관에 사용할 패널이 있어서 더 복잡해요.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란 작품인데 건물 내부는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을, 외벽엔 알루미늄패널에 인쇄한 이미지를 설치합니다. 행사 후엔 패널을 판매한 수익금을 어린이 구호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가난했던 유학 시절, 지하철에서 작업 가능한 가로세로 3인치(7.6cm)짜리 작품을 고안한 작가. ‘바른 마음, 많은 노력’이란 문구를 사랑하는 그는 여전히 수공업적 방식을 고수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엑스포 작품을 마치면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전국 병원과 보건소에선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벽화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 바른 마음
지난달 말 충남대병원 소아병동에는 ‘희망의 벽’이라는 이름의 대형 벽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양현재단과 함께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부터 해외에 사는 어린이가 그린 3000여 점의 그림으로 제작한 벽화다. 작은 조각이 모여 웅장한 합창을 이루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화해와 소통을 지향한다.
“서울의 서울아산병원부터 시골 보건소까지 전국 100여 곳에 어린이벽화를 만들 생각입니다. 어린이 그림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것은 지구는 한 가족임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기도 합니다.”
노인부터 재소자까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 그림을 나무판에 붙이는 일을 도우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도 보람이다. 공공미술이 ‘세상을 바꾸는 명랑한 혁명’이라고 믿는 작가. 앞으로도 아이들의 꿈이 만나는 벽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일은 그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 같다.
○ 많은 노력
작업실과 별도로 그의 신작을 전시하는 멋진 공간이 첼시에 있다. 함께 미술을 공부하다 생계를 위해 전업한 뒤 부동산개발회사에서 일하는 아내의 회사에서 지은 건물의 꼭대기 층을 쓰고 있다. 한구석에 그를 아껴주던 백남준의 작품이 놓여 있고, 벽면엔 그의 작품이 걸려 대화를 나눈다. ‘생각은 먼지보다 작고 우주보다 크다’ ‘우울할 땐 짬뽕 국물이다’ ‘앞니가 벌어진 사람들이 확실히 착하다’ 등 유머와 시적 감성, 생활의 지혜까지 텍스트로 구성된 ‘내가 아는 것들’이란 작품. 읽다 보면 작가의 속내가 어림짐작된다.
자신의 작품이든 공공미술작품이든 그의 작업 속엔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또 하나’란 정신이 녹아 있다. 이는 그가 인간 및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중첩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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