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66세에도 녹슬지 않은 ‘오른손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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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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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제프 벡 내한공연 연주
기량 ★★★★☆ 관객과의 교감 ★★★★☆

제프 벡은 20일 내한공연에서 한국 팬들의 환호에 힘입어 예정에도 없던 두 번째 앙코르 연주까지 선보이며 성의를 다했다. 
그는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사진 제공 프라이빗커브
제프 벡은 20일 내한공연에서 한국 팬들의 환호에 힘입어 예정에도 없던 두 번째 앙코르 연주까지 선보이며 성의를 다했다. 그는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사진 제공 프라이빗커브
그의 오른손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관객은 숨을 죽였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조용했던 객석은 폭발적 탄성으로 무대에 화답했다. 20일 열린 거장 기타리스트 제프 벡(66)의 내한공연은 근래 어떤 콘서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무대와 관객의 합일에 따른 ‘정중동(靜中動)’의 감동 공간을 만들어냈다.

현란한 댄스와 틴에이저들의 괴성, 격한 헤드뱅잉이 없었어도 공연장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1시간 50분이 훌쩍 흘러버린 공연은 현재 가요계의 주류를 도배한 아이돌의 후크송, 댄스와 힙합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만만찮다는 것을 웅변했다. 제프 벡은 블루스, 재즈적인 크로스오버, 컨트리, 스탠더드, 그리고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면서 명성대로 모든 하이 테크닉 기타주법의 진수를 선사했다.

피크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연주하기로 유명한 그는 ‘오버 더 레인보’ ‘브러시 위드 더 블루스’와 같은 곡을 통해 청명한 느낌의 기타사운드로 공연장을 휘감았다. 새끼손가락에 트레몰로 암을 끼고 반음과 한음 사이를 오가며 빚어내는 절묘한 멜로디의 전개는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것은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테크닉의 우위에 있는 ‘손맛’에서 비롯됐다.

천부적 재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연주에 관객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끝없이 혀를 내둘렀다. ‘에인절스’의 후반부에서 그가 기타 몸통 쪽 줄에 보틀넥으로 때려서 음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순간 실내는 찬사와 감탄의 도가니였다. 밴드 ‘신촌블루스’의 수장이었던 이정선은 ‘미친 마법!’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그의 연주를 받쳐준 드럼 베이스 키보드 세션도 탁월했다. 관객의 호응에 놀랐던지 제프 벡은 예정에도 없던 명곡 ‘커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를 앙코르 순서에 들고 나왔다. 국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곡을 끝내 못 들었다면 관객들이 품었을 ‘2% 부족’도 채워졌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홀렸다’ ‘황홀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만의 세계, 그 독창성에 기분 좋게 포획된 것이다. 공연은 자기만의 예술성이 아티스트의 기본이고 거기에 수용자는 감동으로 응답한다는 것을, 오늘날 음악계는 바로 이것을 잊고 있음을 알려준 공연이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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