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게 묻더군요. 이게 예술이냐고. 그래서 아니라고 했어요. 전시회 개막행사로 디스코 파티를 했더니, 이 그림이 디스코 클럽 인테리어인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이번 전시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항상 그렇듯 혹평이 쏟아지겠죠.”
관객들이 실내 장식물로 착각했던 문제의 작품이 ‘그림자’ 시리즈다.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종이에 실크프린트로 작업한 연작으로 워홀의 추상세계를 잘 드러내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수프 깡통과 콜라병 등 미국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작품화한 워홀. 말년에 들어 “추상미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예술 양식”이라며 한동안 추상의 세계를 파고든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대규모 추상그림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전시에 나온 ‘그림자’ 시리즈와 ‘회상’ 등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림자와 빛의 관계를 주목한 이 시리즈는 ‘팩토리’에 쌓인 물건의 그림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미술계는 냉랭했지만 워홀은 유럽에서 꾸준히 추상작품을 발표한다. 그래서 더 애착을 가진 것일까. 그는 ‘그림자’ 시리즈를 사려는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