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임나일본부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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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기 4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왜(倭)나라가 가야에 군대를 파견해 정치기관인 '임나일본부'를 세웠다는 주장이지요.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을 정당화하는 데 쓰였던 식민사관의 하나입니다.
이 임나일본부설을 한일 역사학자들이 공식 폐기했습니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오늘 최종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임나일본부설은 최근까지도 일본의 일부 역사 교과서에 마치 정설인 것처럼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연구한 한일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의견 일치를 봄으로써, 이제 임나일본부설이라는 잘못된 역사인식은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근·현대사에서는 아직도 두 나라의 역사 인식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일본 측은 일본에 의한 한국의 강제병합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다릅니다. 한일 강제병합조약은 일본의 강압과 사술(詐術)로 강요된 것이기 때문에 원인무효라고 보고 있지요. 따라서 이에 따른 식민지배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 우리의 인식입니다.

또 일제시절 군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근대화론,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고대의 역사에서는 의견 일치를 봤으면서도,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근현대사에 대해선 두 나라가 극과 극의 인식차이를 보인다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공동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두 나라 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됩니다. 설령 일본에서 교과서 왜곡이 있더라도 이를 막는 장치는 아직 없는 것이지요.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치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일 학자들이 합의한 사실만이라도 두 나라 교과서에 확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이제 두 나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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