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도시 ‘덕 시티(duck city)’. 어느 날 대통령이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 도시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도시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 체지방량을 측정하고 열랑 소모를 감시받는다. 뚱뚱한 이들은 능력과 별개로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손잡은 대기업은 기름 범벅의 설탕 도넛을 여전히 적극적으로 판매한다. 이 모순된 상황 속에서 도시 사람들은 점차 혼란에 빠진다.
여기 언급된 정황들로 금방 눈치챌 수 있듯이 ‘덕 시티’(민음사)는 전체주의, 소비 만능주의, 정경유착, 현대사회의 왜곡된 음식문화에 대한 비판을 우화 기법을 통해 적나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스웨덴의 신예작가 레나 안데르손(40)의 장편소설로 국내에 소개된 그의 첫 책이다. 자국에서 소설가이자 기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논쟁적인 사회 비판적 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 대사관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벨라지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에서 ‘먹는다’는 것은 하나의 은유”라며 “음식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초국가적 자본과 이윤의 논리뿐 아니라 개인의 자율권을 규제하고 통제하려 드는 국가의 파시즘적인 성향을 함께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의 ‘덕 시티’는 가상의 도시지만 현대 미국을 모델로 삼았다.
작가는 이 한 편의 소설 안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현안과 문제점들을 다양한 알레고리를 통해 집약해 넣었다. 그 때문에 읽는 각도에 따라 ‘덕 시티’에 노정되는 문제들은 패스트푸드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권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인종주의 남녀차별의 문제점과 권위주의의 허구 등으로 다채롭게 해석된다. 그는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정상적이라고 여겼던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아주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체화된 문화에 대해서도 거리를 유지하며 낯설게 발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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