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짐 지고 장터 유랑 ‘길 위의 삶’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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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국립민속박물관, 조선 부보상 특별전

18세기 행상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보물 제527호).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18세기 행상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보물 제527호).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30년간 봇짐 혹은 지게를 지고 장터를 떠돌아다녔다. 장신구, 무명천 등을 넣은 봇짐은 박다위로 묶어 짊어진 뒤 조이개로 몸에 맞게 조였다. 옹기나 광주리를 담은 등짐을 지고 길을 가다 지치면 지게를 촉작대로 받치고 쉬었다. 5일장을 따라다닌 덕분에 닷새는 일하고 하루는 쉬었다. 그렇게 다닌 거리가 1년에 약 4760km(1800년대 충남지역 부보상 기준). 30년 동안 지구 3.6바퀴를 걸었다. 조선시대 행상을 가리키는 부보상(보부상)들의 ‘길 위의 삶’을 들여다보는 전시 ‘부보상, 다시 길을 나서다’가 24일∼4월 26일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민속박물관의 이관호 전시운영과장은 “흔히 ‘보부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일제강점기 때 바뀐 명칭으로 본래는 일반적으로 상권이나 세력이 더 컸던 부상(등짐장수)을 앞세워 ‘부보상’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충남 민속의 해를 맞아 충남지역 부보상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김창호 학예연구관은 “충남은 경기도와 전라도, 서해안과 맞닿아 있는 사통팔달(四通八達) 지역으로 내륙 깊숙이 강이 뻗어 있어 내포(內浦)지역이 발달했다”며 “부보상에 관한 유물은 물론이고 예덕상무사, 원홍주육군상무사 등 부보상들의 조직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뱃머리와 흰색 천으로 만든 돛이 눈에 띈다. 상품을 싣고 육지를 향하는 배를 형상화한 것이다. 눈앞에는 바다 영상이 펼쳐지고 귓가에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또한 부보상이 다니던 길처럼 굽이치는 길을 걸으며 이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부보상들이 장터에서 풀어놓는 각종 저울과 되, 산가지나 주판 등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부보상의 필수품 중 하나는 도리표(道里表·이정표)였다. 이번에 전시되는 ‘청구전폭(靑邱全幅)’은 이 도리표의 일종. 출발지와 도착지 이름을 연결하면 그 거리가 몇 리인지 나오는 휴대용 이정표다. 부상들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 촉작대, 일종의 신분증인 부보상신표, 부보상들의 조직인 상무사의 각종 장부와 임원 명부, 일제강점기 당시의 사진자료도 함께 전시한다.

28일 오전 11시에는 전시실 내 부보상 조상들의 신위 앞에서 ‘공무제’를 재현하는 행사도 열린다. 매년 3월 31일 부보상들이 모여 여는 이 제사는 상무사에서 새 임원을 뽑은 뒤 이를 조상들에게 알리는 행사다. 강력한 규율을 지녔던 부보상들의 조직력과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에는 제사를 마친 예덕상무사가 부보상 놀이를 재현한다. 02-3704-3114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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