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밀어붙여 홍기표 4단에 145수 만에 불계승
“늘 애착가는 기전… 앞으로 2, 3번 더 우승 하고 싶다”
이창호 9단(35)이 국수전에서 10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 9단은 23일 서울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3기 국수전 결승 5번기 4국에서 홍기표 4단(21)에게 14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승 1패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4500만 원. 국수전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이 9단은 초반 홍 4단의 방향착오로 우세를 잡은 뒤 견실한 행마로 홍 4단의 추격을 물리치며 완승을 거뒀다. 국수전 해설을 맡고 있는 김승준 9단은 “백 30, 38이 느슨한 수로 흑 49까지 흑이 유리해졌다”며 “백 68 이하 승부수도 흑 83까지 불발로 끝나 더는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기보 참조
이 9단은 1990년 34기 국수전에서 처음 우승한 이래 10회 우승을 달성했으며 50기에서 윤준상 7단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지 4년 만에 복귀했다.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고 조남철 9단의 9회 우승을 뛰어넘었다. 국수전 최다 우승횟수는 조훈현 9단의 16회다. 이 9단은 준우승도 7번 기록했다.
이 9단은 이번 대회에서 주최사 시드를 받아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참가했으며 박정상 목진석 9단과 주형욱 5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이 9단은 “국수전은 늘 애착이 가는 기전이고 이번이 10회 우승이어서 한층 기쁘다”며 “앞으로 최소한 2, 3연패는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3국에선 두텁고 견실한 홍 4단의 바둑에 고전했는데 마지막 판은 일찍 우세를 잡아 비교적 편안하게 이겼다”고 말했다.
현재 공익근무요원인 홍 4단은 입단 후 처음으로 기전 결승에 오른 뒤 결승 2국에서 완승을 거둬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됐으나 이 9단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이 9단은 “최근 대국이 잦아 몸무게가 5kg가량 줄어 체력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최근엔 척추교정(카이로프랙틱)과 지압을 받고 있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27일 중국 춘란배 본선 참가를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며 4월 초에는 일본에서 후지쓰배 본선 대국을 두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53기 국수전은 전기 국수였던 이세돌 9단이 휴직으로 타이틀을 반납해 도전기가 아닌 결승전으로 치러졌으나 54기부턴 다시 도전기 형식으로 치른다.
이창호 9단은 이세돌 9단이 1월 복귀 후 9연승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 “휴직 기간이 길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실력이 있으니까 빨리 회복하는 것 같다”며 “이세돌 9단의 기보를 놔보니까 복귀 후 첫판(BC카드배 본선 1회전)에서만 흔들렸을 뿐 나머지 대국은 내용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이어 “이세돌 9단과는 컨디션이 최상인 상태에서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둘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9단은 이달 중순 농심배에서 3연승으로 한국 팀에 우승을 안긴 뒤 부담감을 많이 떨쳐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편해져 바둑 둘 때 여유가 생겼다”며 “앞으로 춘란배 후지쓰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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