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백 32까진 예정된 수순.
홍기표 4단은 흑 33, 35로 젖혀 잇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수로 상변 백을 잡았다고 봤다. 뒷맛은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 것. 물론 이대로 백을 잡는다면 흑의 대승이다.
백 36에 대해 검토실은 참고도 백 1을 예상하고 있었다. 흑 2로 받으면 그때 백 3, 5로 둔다. 백 9로 젖히는 수가 선수여서 흑 16까지 한 수 늘어진 패가 난다. 흑이 약간 유리하긴 하지만 아직도 긴 승부다.
그러나 안형준 2단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백 40이 떨어지자 반상이 조용해진다. 안 2단은 이 묘수를 보고 참고도처럼 두지 않은 것이다. 백 40은 ‘가’로 상변 백을 살리는 수와 ‘나’로 흑 귀를 잡는 수를 동시에 엿보고 있다. 상변 백이 살면 주위를 둘러싼 흑이 살 길이 없고, 우상 흑 말이 잡히면 약 30집에 해당한다. 흑이 완벽하게 걸려든 것일까. 홍 4단도 백 40을 보고 깜짝 놀란 눈치가 역력하다. 홍 4단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쏟아 부으며 정밀하게 형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바둑은 최후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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