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옥션단에서 김영복 대표(오른쪽)가 19세기 금강산 화집 ‘와유첩’을 소개하고 있다. 9권으로 이뤄진 ‘와유첩’엔 금강산과 금강산 가는 길의 풍경을 담은 그림 75점과 발문, 시 등이 수록돼 있다. 각 권의 표지는 얇은 목판으로 꾸몄다. 이훈구 기자
“15억 원부터 시작합니다. 뚜껑은 열어 봐아 알겠지만 20억 원 돌파도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김영복 옥션단 대표)
19세기 금강산 그림첩인 ‘와유첩(臥遊帖)’에 미술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생 경매사인 옥션단은 26일 오후 4시 서올 종로구 수송동 옥션단 건물 3층에서 이 작품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 출발가는 15억 원. 2006년 기록된 국내 고미술경매 최고가(철화백자 16억2000만 원)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주 관심사다.
특히 올 들어 국내 미술품경매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와유첩’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이달 11일 열린 서울옥션 메이저경매는 74.4% 낙찰률, 56억1820만 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메이저경매 낙찰총액(42억 원)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작품 거래량도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난 174점이었다.
10일 열린 K옥션의 봄 경매에서도 지난해 12월 경매보다 60% 정도 늘어난 48억3000만 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작자 미상인 조선시대 묘작도(猫雀圖)는 80만 원에 응찰이 시작돼 치열한 경쟁 끝에 3100만 원에 낙찰됐다. 순종황제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회중시계는 예상가를 뛰어넘는 1억2500만 원에 팔렸다. 또한 명성황후의 한글 편지가 5000만 원에 낙찰되는 등 고미술과 옛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이후 미술시장에서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등의 근현대 회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06년경까지는 고미술이 국내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세우며 미술시장을 이끌어 왔다.
이 ‘와유첩’은 금강산을 유람한 문인 김계온(1773∼1823)이 화원들에게 부탁해 단원 김홍도의 금강산 산수화인 ‘금강사군첩’을 본떠 그린 것. 총 9권에 금강산과 금강산 가는 길의 풍경을 담은 그림 75점과 유람시, 발문 등이 함께 실려 있다.
작자 미상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75점의 그림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바로 뒤에 발문이나 관련 시가 붙어 있다. 이 같은 형식의 화첩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더욱 가치가 높다. 화첩은 9권으로 구성돼 있고 각 권의 표지는 나무판으로 되어 있다.
옥션단의 황정수 이사는 “이 정도 크기와 수준의 작품일 경우 한 점에 평균 3000만 원 정도다. 이것이 75점이 있으니 가격은 20억 원을 넘어선다”고 경매 출발가 책정 과정을 설명했다.
옥션단은 15억 원에서 경매를 시작해 경쟁이 붙을 경우 5000만 원씩 호가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세 차례의 경쟁을 거치면 16억5000만 원으로 철화백자의 16억2000만 원을 깨고 국내 고미술 경매가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김 대표는 “몇몇 재력가들이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고가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매가 고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현재 옥션단에서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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