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눈부신 하늘 아래 드넓은 초원을 수놓은 야생동물들은 평화롭게 보였다. 한데 그 풍경을 뜯어보니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 신선한 풀을 찾아 이동하는 수많은 누(gnu) 떼. 그들이 강을 건너는 동안, 또 강을 건넌 뒤엔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악어와 사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2007년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동물도 인간 이상으로 고뇌하며 살아가는 생명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는 누 떼. 그들을 보며 아프리카의 원시적 생명력과 역동성을 느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경험을 ‘고뇌와 치유’라는 주제로 표현한 것입니다.”
화가 사석원 씨(50)의 말대로 그의 신작 80여 점을 선보이는 ‘하쿠나 마타타’전은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존재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제목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문제 없어’ ‘걱정마라’는 뜻.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 들어서면 캔버스가 아닌 칠판에 그린 대작이 즐비하다. 두꺼운 물감을 자유분방한 붓질로 처리한 칠판 위에는 언뜻 분필 글씨가 보인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어로 희로애락을 표현한 글이다. 우연히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병원에 데려다준 경험을 한 작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칠판을 들고 인천의 공장과 교회를 찾아다니며 글을 부탁했는데 어느 중국인 노동자가 ‘一生平安’이란 문구를 적더군요. 이번 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고통 앞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낙천적 기운을 생동감 있는 색채로 드러낸다. ‘일생평안-걱정없이 살란 말이네’에선 이주노동자의 글씨 위에 지금은 사라진 호랑이 등 한국의 야생동물을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그들은 자기보다 센 존재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가면을 쓰고 있다. 2층 전시장은 1년에 5만 마리 이상 버려지는 유기견을 떠올리며 개들의 초상을 그린 ‘해피야, 넌 괜찮니?’, 아프리카 이미지를 다채롭게 풀어낸 ‘하쿠나 마타타 문제 없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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